일상, 이석주, 캔버스에 유채. 아트블루 제공.
어제 저는 제가 좋아하는, 가까이 지내는 한 분의 갑작스러운 발병 소식을 들었습니다. 너무도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렸던 그분이 병원에서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라는 선고를 받았다는 겁니다. 그 소식을 듣고 나니 하루 종일 마음이 아프고 잔병으로 엄살을 부린 제 모습이 너무 가증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병상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금 고통 속에서 미래의 시간은 공포로, 과거의 시간은 회한으로 맞이할 그분의 심정이 상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산다는 게 한순간,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지금의 지루한 일상의 시간이 늘 지속될까 봐 가끔 진저리를 칩니다.
여기 이 그림을 보니 이런 생각이 듭니다. 황량한 추운 2월의 벌판 같은 삶을 일상이라는 이름의 낡은 기차가 끝없이 나 있는 레일을 타고 시간 속을 달립니다. 일정 속도로 무조건 앞으로만 달리며, 지루하게 반복되는 동력의 리듬감으로 기차 안에서 사람들은 끄덕끄덕 졸기도 하겠지요. 일상이란 그런 것입니다. 하지만 일상이란, 묵묵히 달리는 무쇠기차처럼 힘이 셉니다. 그 무한 반복될 것 같은 지루한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가끔 낭만적 일탈을 꿈꿔 보기도 합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라이프 인 어 데이’는 2010년 7월 24일 하루 동안 전 세계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일종의 다큐멘터리입니다. 이 영화는 197개국에서 올라온 4500시간에 달하는 8만여 개의 동영상을 편집한 작품입니다. 피부색과 사는 곳이 다른 지구촌 남녀노소의 평범한 일상이 이름 모를 밤하늘의 별처럼 아름답게 반짝입니다. 소소한 일상이지만 우리 인생의, 아니 일상의 위대함을 느끼게 합니다. 노숙인풍의 어떤 젊은 남자가 술을 들이켜며 웃으며 말합니다. “오늘요? 내 인생 최고의 날이죠.”
사실 우리는 하루하루 기적 같은 나날을 살고 있는 겁니다. “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내일”이라는 랠프 에머슨의 말을 가슴에 새겨봅니다.
오늘 하루, 세상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면 내 인생 최고의 날이 되지 않을까요?
작가 권지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