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웅 이화여대 여성암전문병원 부인종양센터 교수
메스도 외과의사의 손과 마찬가지로 수술실에서 신성시된다. 외과의사의 상징이고 ‘의가(醫家)의 보도(寶刀)’라 할 수 있다.
처음 메스를 잡는 일은 모든 외과의사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는다. 메스를 처음 잡는 ‘초집도’를 하고 나면 선후배 의사들과 수술실 간호사 모두에게 축하를 받고 처음 잡았던 메스를 선물로 받는다. 필자도 예쁜 십자수와 함께 투명 케이스에 담긴 메스를 서랍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다.
요즘은 전공의 수련과정에서도 전통적인 개복수술을 접할 기회가 내시경수술의 경우보다 더 적다. 산부인과 수술을 하는 필자 또한 예외가 아니다. 피부 절개의 최소주의를 지향하는 수술법은 변화와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 그래서 새로운 의술을 습득하는 데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다. 이런 어려움을 두고 환자에게는 최소 침습수술이 의사에게는 최대 난도의 수술이 된다는 푸념을 하기도 한다.
경계해야 할 점도 있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는 최신의 최소 침습수술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최신 수술법이라고 모든 환자에게 무조건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장기 효과에 대한 임상 데이터가 아직은 부족하다. 이 때문에 최소 침습수술에 효과가 있는 증상은 엄격하게 가려내고, 환자가 득을 볼 수 있는 경우에만 적용해야 한다.
집도의의 ‘손’이냐, 최신 기술이냐를 놓고 고민하는 환자도 늘고 있다. 개복수술, 복강경수술, 로봇수술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할지를 말이다. 각각의 장단점을 비롯해 질병의 정도, 본인의 생활방식, 비용을 충분히 고려하고 전문의와 상의한 후 결정해야 한다.
주웅 이화여대 여성암전문병원 부인종양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