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차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유가 폭등과 자동차 배출가스에 대한 환경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수입차 업체가 클린 디젤차를 내세워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도 뒤늦게 i40와 i40살룬 등 디젤 모델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국산 브랜드는 아직 수입차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다.
이전의 디젤차는 정숙성과 내구성, 주행성능 등에서 가솔린차에 한참 뒤졌다. 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디젤차는 가솔린차를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력한 주행성능과 퍼포먼스에 정숙성까지 갖춰 디젤차의 고정관념을 깨뜨렸다고 평가받는 BMW 535d M 스포츠 에디션을 운전하고 1박2일간 충청도와 전라도 일대 1000km를 달렸다.
BMW 5시리즈는 국내에서 ‘성공한 남자의 오너용 세단’으로서 위상을 확고히 한 베스트셀러 모델이다. 5시리즈는 과거 가솔린 모델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520d, 535d 등 디젤 모델의 판매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535d M 스포츠에서 M은 ‘모터스포츠(motor sports)’의 약자다. BMW는 1972년 경주용차 수준의 고성능 스포츠세단 양산을 목표로 자회사 M을 설립했다.
“자동차가 다이내믹하게 보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 차가 다이내믹하게 주행할 것이라고 믿을까. 자동차의 캐릭터를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재능이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디자인으로도) 재능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BMW그룹의 아드리안 반 호이동크 수석디자이너가 한 말이다.
반 호이동크의 설명이 아니어도 535d를 보면 우아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디자인이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잘 조련한 근육질의 경주마를 보는 듯하다. 앞으로 기울여놓아 언뜻 튀어나갈 것처럼 보이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역동적인 스포츠 성향을 강조하려는 디자인으로, 보닛이 길고 넓어 보이는 효과까지 낳는다.
도로를 응시하는 듯한 날카로운 눈매의 전조등에는 몇 가지 첨단 기능을 숨겨뒀다. ‘하이빔 어시스트’는 반대 차선에서 자동차가 달리는지, 앞쪽에 자동차가 있는지에 따라, 그리고 가로등의 밝기에 따라 전조등을 하향 또는 상향으로 자동 전환한다. ‘어댑티브 헤드라이트’는 운전자가 방향지시등을 켜거나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내장된 ‘코너링 라이트’에 불이 저절로 들어와 자동차의 옆을 비춘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자동차의 앞뒤와 양옆을 360°로 보여주는 ‘서라운드 뷰카메라’ 다. 마치 자동차 상공에서 카메라로 찍는 것처럼 차량 주위 전체를 비춘다. 주차나 서행 시 안전에 도움을 준다.
실내는 BMW의 최근 흐름을 그대로 반영해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꾸몄다. 와이드 타입의 8.8인치 대형 모니터는 내비게이션을 포함해 각종 기능을 표시한다.
535d에는 2993cc 직렬 6기통 3세대 커먼레일 직분사 트윈터보 디젤엔진을 탑재해 최대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61.2kg·m을 발휘한다. 안전 최고속도는 250km/h고 정지에서 100km/h까지 5.7초면 돌파한다.
시동을 걸어 도심을 빠져나오는 동안 가다 서다를 반복하니 평균연비가 9km/ℓ대에 머물렀다. 공인연비 14.9km/ℓ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러나 도심을 빠져나와 고속도로에서 크루즈컨트롤을 가동하자 연비는 14km/ℓ를 훌쩍 넘겼다. 도심과 고속도로를 1000km 주행한 뒤 측정한 평균연비는 13.7km/ℓ로 나쁘지 않았다. 70ℓ 연료통을 가득 채우면 대략 950km를 주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