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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측 “아들 MRI-CT 공개”… 강용석 “다시 촬영해야”

입력 | 2012-02-21 03:00:00

장남 박주신 씨 병역비리 의혹 새 국면으로




강 의원이 공개한 허리-목 MRI 사진 강용석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 씨의 자기공명영상(MRI) 사진이라며 공개한 자료. 왼쪽 사진을 보면 허리 뒤편의 두꺼운 지방층이 흰색으로 나타난다. 원 안은 추간판(디스크)이 탈출한 부분. 오른쪽 목 사진에도 목 뒤쪽으로 지방이 겹쳐 있다. 의사들은 이런 점을 들어 사진의 주인공이 90kg 이상의 거구일 것으로 추정한다. 강용석 의원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에 대해 정면대응에 나서면서 강용석 의원(무소속)이 제기한 이 의혹을 둘러싼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서울시 류경기 대변인은 20일 “박 시장의 아들 주신 씨(27)가 병무청이 보관하고 있는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 필름을 공개하기로 했다”며 “두 자료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만 공개가 가능한데 주신 씨가 오늘 병무청에 가서 정보공개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 자료들은 관련법에 따라 10일 이내에 공개 여부가 결정되고, 박주신 씨는 자료를 받는 대로 이른 시일 내에 공개할 것이라고 서울시 측은 설명했다.

박 시장 측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까지만 해도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했으나 여론의 압력을 무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시 게시판에는 해명을 요구하는 글이 하루 300건 이상 올라오고 있다. 감사원 홈페이지도 마찬가지.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 ‘나영이’를 수술한 세브란스병원 한석주 소아외과 교수도 19일 감사원 홈페이지에 감사를 촉구하는 글을 올려 관심을 키웠다.

강 의원이 공개한 허리-목 MRI 사진 강용석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 씨의 자기공명영상(MRI) 사진이라며 공개한 자료. 왼쪽 사진을 보면 허리 뒤편의 두꺼운 지방층이 흰색으로 나타난다. 원 안은 추간판(디스크)이 탈출한 부분. 오른쪽 목 사진에도 목 뒤쪽으로 지방이 겹쳐 있다. 의사들은 이런 점을 들어 사진의 주인공이 90kg 이상의 거구일 것으로 추정한다. 강용석 의원 제공

강 의원이 제기한 의혹은 박 씨가 지난해 12월 허리디스크로 4급 판정을 받아 병역면제를 받을 때 제출한 자료들이 본인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강 의원은 14일 박 씨가 병무청에 제출한 것이라며 MRI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을 본 의사들은 대체로 “박 씨의 MRI가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비만도와 척추 연결부위(종판)의 상태, 지방층의 두께 등을 종합해보면 MRI의 주인공은 30대 이상이고, 힘든 일을 많이 했으며, 체중이 90kg 이상의 인물로 추정된다는 것. 이미 공개된 박 씨의 체형은 날씬하다. 강 의원은 19일에도 추가로 MRI 사진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14일과 19일 공개한 두 종류의 사진은 같은 사람의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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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병무청은 박 씨가 제출한 MRI와 병무청에서 박 씨를 직접 찍은 CT 자료는 일치한다고 밝혔다. 4급 판정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박 씨가 제출한 자료는 지난해 12월 초 자생한방병원에서 찍은 MRI와 혜민병원에서 받은 디스크 진단서. 이 대목에서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박 씨에게 허리디스크 판정을 한 혜민병원의 의사 김모 씨는 병역 비리로 2000년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를,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선고유예를 받았다. 징병검사규정 제33조 4항에 따르면 병역비리에 연루된 의사는 진단서를 발행할 수 없다.

박 씨가 병무청에 보관한 자료들을 공개해 두 자료가 일치한다면 논란은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 강 의원이 “다른 사람을 박 씨라고 속여 민간병원과 병무청에서 MRI와 CT를 찍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물론 병무청은 “철저한 신원확인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또 병무청은 “강 의원이 공개한 MRI가 박 씨가 병무청에 제출한 MRI와 같은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하고 있다. 만약 강 의원이 공개한 MRI 사진이 실제로 박 씨의 것이라면 개인정보가 어떻게 유출됐는지에 대한 조사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강 의원은 문제의 MRI 입수 경위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만약 ‘가짜 박 씨’ 논란이 길어지면 해법은 박 씨가 강 의원의 요구대로 신뢰할 만한 제3자의 입회 아래 MRI 재촬영에 응하거나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검찰은 “현재 박 시장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과 관련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고소·고발이나 감사원의 수사의뢰가 들어오면 법 절차에 따라 진위를 가려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문제에 대해 공익감사청구를 접수한 감사원이 시비를 가릴 수도 있다. 그러나 민간인인 박 씨가 감사 대상이 되는지, 감사 요건인 ‘공익을 현저히 해(害)하는’ 사안인지가 불분명해 법률검토를 하고 있다. 감사에 착수한다고 해도 민간인에 대해서는 강제조사권이 없어 박 씨가 감사에 응하지 않으면 진실규명은 불가능하다.

어떤 과정을 거치든 강 의원의 주장이 근거가 희박해지거나 사실무근으로 드러나면 강 의원의 정치생명은 심대한 타격을 입을 게 틀림없다. 박 시장 측 엄상익 변호사는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적 검토를 거쳐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강 의원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박 시장 아들이 공개 신검에 응해 4급 판정을 받으면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