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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움(womb)

입력 | 2012-02-21 03:00:00

죽은 연인을 못잊어 그의 세포를 품었다… 태어난 아이는 아들이자 사랑하는 남자
복제란 사실 앞에 과연 윤리는 무엇인가




마운틴픽쳐스 제공

‘움(womb)’은 영어로 ‘자궁’을 뜻한다. 23일 관객과 만나는 영화 제목이다. 궁금증을 부른다. 어떤 내용의 영화일까.

스토리의 대강을 미리 안다면 공상과학(SF) 영화를 기대할 것이다. 소녀 레베카(에바 그린)는 바닷가 작은 마을의 할아버지 집에서 여름을 보낸다. 레베카는 그곳에서 만난 토미(맷 스미스)에게 마음이 끌리지만 다시 만나기까지는 12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재회한 두 사람은 뜨거운 사랑을 꽃피우지만 토미는 레베카가 보는 앞에서 교통사고로 죽는다.

연인의 죽음에 좌절하던 레베카는 토미를 다시 살려낼 계획을 꾸민다. 방법은 바로 체세포복제. 레베카는 자신의 자궁 속에 토미의 세포를 품은 뒤 출산한다. 어린 토미를 키우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레베카 앞에는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린다.

카메라는 레베카의 내면 갈등을 응시한다. 레베카가 낳은 토미는 레베카를 엄마라고 부르지만, 그에게 토미는 아들이자 사랑하는 남자이기도 하다. 레베카가 자기 아이를 대하는 시선과 손길에는 에로틱함이 담겨있다. 성인이 된 토미가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누는 걸 지켜보며 레베카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다.

이 영화에 공상과학물에서 보는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이나 흥미로운 과학적 지식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 대신 영화는 해변 풍경을 아름답게 그려낸 수채화 같은 영상과 배우들의 조용한 연기로 채워진다. 그리고 조용히 관객에게 묻는다. “인간의 존재와 사랑, 그리고 복제는 어떤 의미인가.”

레베카와 토미의 관계는 관객에게 근친상간을 연상시킨다. 흔히 봐왔던 그리스 신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하지만 레베카의 유전자가 토미의 몸속에 조금도 섞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생물학적 모자 관계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헝가리 출신의 베네데크 플리에거우프 감독의 말에서 그가 인간복제를 보는 시선과 영화가 주장하는 바를 엿볼 수 있다. “복제는 종종 종교적인 문제와 결부돼 왔다. 우리 모두는 오래된 금기와 신조, 지나치게 구식인 도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죽은 애인의 눈빛을 다시 볼 수 있다면, 윤리는 설 자리가 없다.”

‘퍼펙트 센스’로 지난해 국내 관객과 만났던 에바 그린의 절제된 연기가 인상적이다. 지난해 로카르노 영화제 경쟁부문, 토론토 영화제 등에 초청된 작품이다. 23일 개봉. 18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