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북 사촌여동생 체포에 새터민 이철진 씨 눈물의 편지
탈북자 북송장면 언론 최초 공개… 北-中 접경서 작년8월에 이렇게 끌고갔다 탈북자들의 북송 장면을 찍은 사진이 언론에 최초로 공개됐다. 지난해 8월 북-중 접경지역인 함경북도 온성군 맞은편 중국 투먼에서 촬영된 이 사진은 중국 공안이 남성 1명, 여성 2명, 10대 남아 1명으로 이뤄진 탈북 일가족 4명을 북한으로 압송하는 장면이다. 중국 투먼 변방수용소를 떠난 픽업트럭이 관광객들이 붐비는 북-중 국경다리에 들어서고 있다. 중국 측 관광객들은 이 다리의 중간에 그려져 있는 국경선까지 다닐 수 있다. WJ는 중국 무장경찰 차량 번호판이다. 사진을 촬영한 중국인은 20일 동아일보에 “당시 뒷자리에 앉은 일가족은 수갑을 찬 상태였다”며 “여자는 거의 실신한 듯했고 남자는 눈을 감고 체념한 것으로 보였다. 차 안을 본 관광객들이 모두 웅 성거렸다”고 말했다. 투먼 수용소에 수감된 탈북자들은 작은 셔틀버스에 실려 일주일에 평균 한 번씩 북송되지만 이 가족은 예외적인 방식으로 호송되고 있다. 다리만 건너면 온성군 남양노동자구이다.
5년 전 탈북해 한국에 들어온 새터민 이철진(가명) 씨는 20일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헤매고 있을 혜진이(가명)에게…’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꾹꾹 눌러 쓰며 말했다.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될 위기에 처한 동생 생각에 며칠째 잠도 못 자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그는 ‘다 잘될 거다. 희망을 갖고 기다리면 다시 만나 고향에서 함께했던 기억을 되새기며 밤새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정성을 다해 글을 써 내려갔다.
이철진(가명) 씨가 강제 북송될 위기에 처한 사촌동생 혜진(가명) 씨에게 눈물의 편지를 쓰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소식이 끊긴 지 몇 달이 지난 14일 이 씨는 가판대 위에 놓인 신문을 보고 주저앉았다. 탈북자들이 북송될 위기에 처했다는 기사를 본 뒤였다.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보니 동생도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고 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탈북자는 3대를 멸족시키겠다고 했다는 북한 측 이야기를 들은 터라 동생이 시범 사례가 되지는 않을까 가슴을 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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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16일부터 한 온라인 사이트(www.change.org/petitions/save-north-korean-refugees-savemyfriend)에서 시작된 탈북자 북송 저지 서명운동에 전 세계 2만여 명이 동참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수록 중국 정부도 탈북자의 북송을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 힘을 내기로 했다. 이 씨는 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아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썼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