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여자 프로농구에는 예년과 비슷한 두 가지 흐름이 있다. 신한은행이 독주 끝에 플레이오프 시작을 한 달가량 앞두고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게 그중 하나다. 신한은행엔 찬사를 보내야 하지만 너무 일찍 1위를 확정해 흥미가 반감돼 정규시즌 막판 맥 빠진 경기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도 지난 시즌과 흡사하다.
특히 올 시즌에는 마지막 라운드를 앞둔 상황에서 4강 진출 팀이 모두 가려졌다. 4강에서 신한은행을 피하기 위한 KDB생명(20일 현재 2위), 국민은행(3위), 삼성생명(4위)의 순위 싸움이 펼쳐지고 있지만 주목도는 확연히 떨어진다. A 감독은 “정규시즌 결과가 시즌 중반부터 예상 가능했다. 막판 순위싸움은 소모적인 양상이 짙다”고 지적했다.
‘신한은행의 4강전 상대 고르기 설(說)’이 나오고 있는 것도 후유증 중 하나다. 신한은행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20일 열린 첫 안방경기에서 국민은행에 74-80으로 패하며 홈 16연승을 마무리했다. B구단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시즌 중 고전한 3위 국민은행을 4강에서 피하기 위해 져주기를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3위를 해야 피할 수 있어 3위를 굳혀주기 위해 졌다는 얘기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홈에서 지고 싶은 팀은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정규시즌이 지나치게 긴 점을 감안해 6라운드로 축소하고 컵 대회를 신설하자는 주장도 있다. 컵 대회는 아마추어 팀을 참가시키는 것과 국제대회로 치르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최근 일본 중국 대만 팀들이 여름 전지훈련차 방한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에 참가팀 섭외엔 문제가 없다.
여자프로농구연맹(WKBL) 관계자는 “다음 시즌 정규 라운드 축소를 포함한 변화 방안을 구단들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