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주식형펀드 환매 이어져 이달만 1조3000억 빠져나가…추가 상승 기다릴 것 vs 수익 챙기고 재진입… 전문가 의견 분분
하지만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수익률은 금세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다. 2011년 초 3년 만에 원금을 회복해 한숨을 돌리는 듯 했으나 지난해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증시가 또 폭락해 고개를 떨궈야 했다. 두 번의 실패를 맛본 김 씨는 최근 다시 한 번 원금 보전의 기회를 잡고 고민에 빠졌다. ‘펀드 환매냐? 보유냐? 그것이 문제로다.’
○ 코스피 날자 펀드 환매 열풍
종목별로 보면 대형 운용사의 주력 펀드들이 고전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월 15일 기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네비게이터1 펀드가 1158억 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자금이 빠져나갔다. KB밸류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 펀드가 1117억 원이 이탈하며 뒤를 이었고 KB코리아스타증권투자신탁 1088억 원, NH-CA1.5배레버리지인덱스증권투자신탁 938억 원 순이었다. 특히 자산 규모가 큰 펀드일수록 유출액이 많았다. 펀드 설정액이 1조 원을 넘는 대형펀드가 순유출액 상위 10위 안에 5개나 포함돼 있다.
○ 묻어둬라 vs 갈아타라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서는 것은 ‘원금 보전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3∼4년 동안 증시의 급등락을 경험한 투자자들은 다시 본전에 다다르니 환매의 욕구를 강하게 느끼고 있다. 하지만 원금을 찾았다고 무작정 펀드에서 돈을 뺐다가는 추가적인 이익을 거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본경기가 무르익기 전에 경기장을 떠나는 꼴이란 얘기다.
함정운 한국투자신탁운용 상무는 “코스피 2,000 선 돌파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이 크다 보니 투자자들은 추가 상승 여력이 적다고 보고 환매에 나서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은 유동성 장세를 더욱 즐길 때”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운용 측은 과거 사례를 예로 들었다. 2009년 코스피가 2,000 선을 넘으며 상승 추세를 보이면서 소폭 조정이 있었지만 2011년 중반까지 지속적으로 올랐다. 하지만 펀드투자자들은 2009년 한 해에만 약 10조 원의 돈을 펀드에서 빼내서 상승효과를 계속 누리지 못했다.
한편 현 시점에서 펀드 투자시기나 목적에 따라 자산배분 비율조정(리밸런싱)에 나서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또 현재 환매가 많은 펀드들이 지난해 수익률이 좋았던 종목임을 감안할 때 2009년처럼 펀드 상품 자체에서 이탈하는 자금보다는 시세차익을 노린 환매라는 지적이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 팀장은 “최소 6개월은 국내 증시가 박스권 속에서 조정 기간을 거친다고 본다면 우선 수익을 챙긴 뒤 펀드 비중을 줄이고 나중에 재진입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심한 장세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유동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대안 투자 상품으로 꼽았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