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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식천재서 사기꾼으로… ‘北경수로 폭발’ 주가조작 대학생의 몰락

입력 | 2012-02-23 03:00:00

■ “소년범 멘토가 되겠다”던 그가 쇠고랑 차기까지…




김모 씨가 범행 전 법무부 블로그 기자단으로 활동하며 쓴 ‘SNS 시대 사이버 법질서 확립하자’란 제목이 붙은 기사.

북한 경수로가 폭발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15일 경찰에 구속된 지방 명문대 경제학과 1학년 김모 씨(20)는 법무부 블로그 기자단의 일원이었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23일 법무부 블로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 사이버 법질서 확립하자’란 제목의 기사를 썼다. 그는 “얼마 전 일본 원전 폭발로 인한 방사성물질이 국내로 확산될 것이란 유언비어가 SNS를 통해 확산돼 주가지수가 폭락했는데 이런 행위는 엄중 처벌되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를 쓰면서 그는 두 달 뒤 철창에 갇힐 자신의 신세를 상상이나 했을까.

지난달 6일 증권가에 유포된 ‘북한 경수로 폭발로 누출된 방사성물질이 서울로 유입 중’이란 유언비어는 그의 작품이다. 자신이 2주 전 기사에 소개한 불법사례를 실제 범행에 그대로 응용한 것이다. 계획대로 이날 코스피는 40포인트 급락했다. 김 씨는 이 과정에서 2700만 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그는 최초 기획부터 실행까지 작전세력의 ‘브레인’이었다. 고3이던 2010년 허위사실을 퍼뜨려 주가조작을 하다 검거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경력’과 해박한 경제학 지식을 갖춘 김 씨를 공범들은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다.

동아일보 DB

김 씨는 지난해 8월 한 교육 관련 매체에 입학사정관전형의 모범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경제에 관심이 많아 고1 때 경제 기사를 모조리 스크랩하면서 공부했다. 고2 때부터는 주가연계증권(ELS), 채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공부해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이 매체는 김 씨에 대해 “진로를 명확히 정하고 실물경제까지 섭렵한 자기주도적 학습태도를 본받을 만하다”고 평가했다.

‘고교생 주식 천재’로 불리며 세간의 주목을 받던 그의 유명세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그는 경찰에 체포된 후 “돈을 벌어보고 싶었다”며 범행을 시인했다. 올 1월 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직후라 북핵 관련 이슈가 터지면 주식시장이 요동칠 것이란 점에 착안했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그는 수사관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추가 범행을 털어놨다. 이달 초 한 제약사가 백신을 개발했다는 허위 호재성 기사를 유포해 주가를 조작했는데 해당 보도자료를 자신이 썼다는 것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한 6명 중 나이는 가장 어려도 지적 능력과 내공은 압도적으로 뛰어났다. 그 재능을 엉뚱한 데 쓴 게 안타깝다”고 했다.

▶ [채널A 영상] ‘北 경수로 폭발’ 삼성 SDS 간부가 주가조작 공모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