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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루스만 유엔 北인권보고관 “한반도 주변국들, 탈북자 강제송환 금지 원칙 지켜라”

입력 | 2012-02-23 03:00:00

다루스만 유엔 北인권보고관, 中겨냥 강한 권고
정부, 27일 유엔인권이사회서 ‘북송’ 정식 거론 방침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사진)이 최근 유엔인권이사회(UNHRC)에 제출한 북한 인권보고서에서 중국 내 탈북자들의 강제 송환 문제에 대해 “한반도 주변국은 유엔난민협약의 강제 송환 금지 원칙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이 보고서는 2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작되는 UNHRC 회의를 앞두고 나왔다. 정부는 한중 간의 외교 갈등이라는 부담을 무릅쓰고 이 회의에서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를 정식으로 거론할 방침이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보고서에서 “북-중 접경지역의 검색이 강화되면서 탈북자들이 국제적 보호에 접근하기가 더 어려워졌고 탈북하려다 북한군 총에 맞아 사망하는 주민도 생겨나고 있다”며 “북한이 북송된 탈북자들에게 강제수용소 수용, 고문 등의 혹독한 처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반도 주변국’에 탈북자들의 강제 송환 중지를 권고했다.

이는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 문제를 일반론 차원에서 거론했던 지난해 보고서와 달리 좀 더 구체적으로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권고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임자였던 위띳 문따폰 보고관의 경우 “탈북자 강제 송환 문제는 개별 국가(중국)의 문제로서 유엔에서 직접 언급할 사안은 아니다”며 이 문제를 보고서에 정식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다루스만 보고관은 지난해 ‘통영의 딸’ 신숙자 씨와 두 딸의 송환 문제를 비롯해 북한인권과 관련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해 왔다. 그는 이번 보고서에서 신 씨 모녀의 즉각적인 송환도 촉구했다.

외교통상부는 UNHRC에서 탈북자 강제 송환 문제를 거론할 때 ‘중국’을 명시할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을 거론할 경우 중국이 회의장에서 즉각 반박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대한 재반박 등으로 공방이 벌어지면 되레 초점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세에 발끈한 중국이 앞으로 탈북자 신병처리 문제에 대한 협조를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과의 관계, 국익 등을 놓고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며 “회의장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문구를 계속 고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