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공연]몸으로 꿈을 그릴까… 발레리나 아씨들 백조의 호수로

입력 | 2012-02-23 03:00:00

국내 첫 유소년발레단 ‘코리아 유스 발레 스타즈’ 단원 오디션 대성황




국내 첫 유소년 발레단 ‘코리아 유스 발레 스타즈’ 오디션에 참가한 학생들이 피아노 반주에 맞춰 발레 기본 동작을 하고 있다. 김혜식 발레단장은 “눈에 확 띌 만큼 뛰어난 무용수가 될 재목의 참가자도 몇 명 있었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18일 졸업식이 열린 서울 강북구 미아동 서울사이버대 교정에는 만학의 꿈을 이룬 학사모와 졸업 가운 차림의 중년 졸업생들이 가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느라 북적였다. 같은 시각 이 학교 건물 5층의 무용실 ‘차이콥스키 홀’에는 발레리나, 발레리노를 꿈꾸는 앳된 어린이들이 검정 레오타드와 핑크색 타이츠 차림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국내 첫 유소년 및 청소년 발레단으로 올해 창설되는 ‘코리아 유스 발레 스타즈(KYBS)’의 단원 오디션에 참가하는 학생들이다.

‘발레 꿈나무를 육성하고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창단하는 이 발레단 단원 오디션은 주최 측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성황을 이뤘다. 정단원 20여 명, 연수단원 10여 명 선발에 60명가량이 오디션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두 배 가까운 116명(남학생 6명)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제주도에서도 8명이 참가했다. 참가 자격 연령은 10∼18세였지만 초등학교 4∼6학년생이 대다수였다.

약 30명이 한 그룹으로 40여 분씩 치른 오디션에서 참가자들은 지도교사의 시범에 따라 10여 개의 발레 기본 동작을 연습한 뒤 피아노 반주에 맞춰 연속으로 연기했다. 옆 학생을 흘깃흘깃 훔쳐보며 가까스로 동작을 따라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국립발레단 단장과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무용원 초대 원장을 지낸 김혜식 KYBS 단장이 이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직접 인재 발굴에 나섰다. 김 씨는 “지금 가진 테크닉보다 발레에 맞는 체형과 음악을 느끼고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자질이 좋은 무용수로 성장하는 데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KYBS의 창단은 김 씨가 6년 전부터 우수한 학생 7, 8명을 개인적으로 선발해 미국의 ‘유스 그랑프리 아메리카’ 같은 해외의 청소년 발레 콩쿠르에 데리고 나가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처음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학생들 위주로 데리고 갔지만 조금씩 대상을 넓혔다. 3년 전부터는 공개 오디션으로 콩쿠르 참가자 후보군을 선발해 워크숍을 통해 교육 기회도 제공했다. 이 중에서 해외 콩쿠르 입상자도 여럿 배출하자 아예 발레단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단원에게는 주말을 이용해 주 1회 4∼6시간의 무료 교육과 연간 1회 서울 공연과 3, 4회 지방 공연의 기회를 제공한다. 우수 단원은 해외 콩쿠르 참가, 해외 발레학교 입학과 해외 발레단 입단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김 씨가 잭슨 국제콩쿠르, 바르나 국제콩쿠르 등 10여 개 해외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을 맡을 만큼 외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데다 국내외 발레 네트워크가 폭넓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 씨는 “특히 지방에는 발레에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도 교육 기회와 정보 부족으로 무용수로 성장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 안타까웠다. 발레단 단원 경력이 있으면 해외 진출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 씨와 더불어 파리 오페라발레학교 교사 출신의 요세프 라우쿠트 씨와 조미송 전 선화예고 무용부장이 이들을 지도한다.

오른쪽 귀가 안 들리는 딸 이유정 양(13·가야중 입학 예정)을 데리고 오디션에 참가한 신연주 씨(40)는 “발레단에 들어가면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 하는 딸의 꿈에 성큼 다가설 수 있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재원은 김 씨가 일단 사비를 털어 마련했지만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다. 신일학원 이세웅 이사장이 서울사이버대의 무용실을 무료로 빌려주기로 해 절실했던 공간 문제는 해결됐다. 창단 공연은 10월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열 예정이다. 010-9219-2777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