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가 된 앙상블… 명불허전 ★★★★☆
로열콘세르트허바우와의 연주가 끝난 뒤 객석의 환호에 답하는 지휘자 정명훈. 그는 앙코르 연주를 펼치기 전에 “한국 청중의 수준이 굉장히 높다고 단원들과 얘기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 제공
음악 연주를 일렬종대로 세워놓고 순위를 매기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그렇지만 RCO의 사운드는 여전히 특별했다. 강철 갑주와 중후한 풍채로 무장한 베를린 필하모닉이나 빈 필하모닉과 전혀 달랐다. 벨벳처럼 입자감 고운 현과 목관, 금관이 화사한 음색의 고순도 하모니를 직조하여 회장 안을 따스한 공기로 휘감았다. 기막힌 테크닉을 소유한 모든 파트의 주자들이 균형과 조화라는 덕목에 충직한지라 오케스트라는 세부적으로 극도로 정교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자연스러운 유기체 앙상블로 물결쳤다. 지휘자 정명훈의 존재감도 빛났다. 전진과 정체, 밝음과 어두움을 능수능란하게 조정하는 그의 유연한 바통은 첫 번째 곡 ‘갈란타의 춤’에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약동미를 불어넣었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차례에 등장한 야니너 얀센의 연주는 예상보다 온건했다. 자신의 목소리를 뚜렷하게 나타내기보다는 곡 자체의 훌륭함을 재인식시키는 타입의 바이올리니스트였다. 고음이 밝고 달콤하긴 하되 영상에서 보여주었던 강력한 흡입력은 부족했다. ‘현을 진동시켜 소리 내는 것이 복잡하므로 바이올린은 성악에 가깝다’고 말한 이츠하크 펄먼의 주장에 따른다면 얌전한 리릭 소프라노라 할까. 그녀를 편안한 품으로 감싸주는 오케스트라의 전아한 반주가 더욱 인상적이었다. 앙코르로 연주한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중 ‘사라방드’는 청초했다.
이영진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