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초등학교 무상급식 한 끼의 단가를 2580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보다 123원 올랐지만 우유의 가격 인상분 50원을 빼면 73원 늘리는 데 그쳤다. 2580원에서 인건비 관리비를 뺀 식재료비는 2322원이다. 식료품값은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데 이 돈으로 성장기 아이들을 제대로 먹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서울시교육청은 단가를 올리면서 친환경 농산물을 지난해의 2배인 60% 이상 사용하라고 학교에 지시했다. 일선 학교에선 “겨우 73원 올려주고 값비싼 친환경 농산물을 갑절로 쓰라면 고기반찬을 없애란 말이냐”라고 호소한다. 친환경 농산물이 일반 농산물에 비해 얼마나 비싼 줄 알고 이런 지시를 내렸는지 모르겠다.
▷서울시교육청은 “우유 공급일을 줄였으므로 123원의 단가 인상분은 전액 식재료 구입비에 반영될 수 있다”는 보도자료를 돌렸다. 올해 급식일수 180일 가운데 우유 공급일을 ‘160일 이상’으로 줄였기 때문에 우윳값 지출 총액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우유를 덜 주고 남은 돈으로 다른 반찬을 사 먹이면 된다는 말처럼 들린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다.
▷지난해부터 무상급식이 확대되고 물가 상승이 겹치면서 전국의 학교에서 급식의 질(質) 저하 현상이 나타났다. 한우 1등급을 쓰던 학교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육우 3등급을 사용하는가 하면 유기농 쌀에서 일반 쌀, 친환경 채소에서 일반 채소로 바꾼 학교도 많다. 일부 학교에선 ‘친환경 무농약’ 이름이 붙은 쌀과 채소에서 잔류 농약이 검출됐다. 학교 시설 보수비를 급식비로 전용(轉用)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전면 무상급식 때문에 학생들이 질 낮은 학교 급식을 먹게 된 셈이다.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지 않았다면 식재료값이 올라도 경제력 있는 학부모의 급식비 부담을 늘려 급식의 질을 유지할 수 있었다. 외국에서도 중산층 이상 가정의 자녀는 자기 돈 내고 밥을 먹는다. 서울시교육청은 2014년까지 중학교 전 학년으로 무상급식 대상을 확대한다. 한정된 예산으로 대상을 늘려 가면 급식의 질은 더 낮아질 수 있다. 그렇다고 공교육 개선을 위한 투자를 다 제쳐놓고 급식 예산만 확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신중하지 못한 복지 포퓰리즘에 발목이 단단히 잡혔다.
이형삼 논설위원 h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