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서, 북송 막는데 도움” 국회대표단도 中에 보내기로김동철-박선영 의원 북송 중단 결의안 국회 제출
정부와 여당은 강제 북송 위기에 처한 중국 내 탈북자들에게 ‘한국민 증명서’를 발급해 이들의 한국행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 본보 23일자 A1면 南가족 있는 탈북자에 ‘한국민 증명…
새누리당은 23일 국회에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김천식 통일부 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 협의를 열어 이런 대책을 논의했다고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밝혔다. 이 의장은 “‘한국민 증명서’를 (탈북자들에게) 발급해 주면 중국 공안이 석방할 수 있다는 (동아일보의) 보도가 나왔다”며 “정부에 증명서 발급을 촉구했고 정부도 이를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했다”고 말했다.
또 당정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차원에서 여야가 모두 참여하는 국회 대표단을 중국에 파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중국 적십자인 ‘홍십자’에도 탈북자들의 인도적 처우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탈북자들의 법적 문제는 몇몇 나라 간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와 인류의 문제”라며 “중국은 투명하게 국제법적 질서와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외통위는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탈북자 강제 북송에 관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민주통합당 김동철 의원은 23일 중국의 탈북자 강제 송환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결의안에는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89명)이 서명했다. 탈북자 강제 북송에 항의하며 단식 중인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도 이날 여야 의원 28명의 서명을 받아 북송 중단 촉구 결의안을 냈다.
외교부는 이날 곧바로 ‘한국민 증명서’ 발급과 관련한 정책 검토에 들어갔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민 증명서’라는 이름의 서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교부는 여권을 분실한 한국 국적자 등에게 현지 공관이 발급하는 임시 여행증명서(TC)가 이런 증명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법무부와 협의해 결정할 사안이긴 하지만 헌법상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인 만큼 TC 자체는 얼마든지 발급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TC 발급이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을 막을 수 있다는 탈북자 단체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며 “정부는 최대한 탈북자들을 도울 수 있는 방향으로 이 문제를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대북 활동가는 “한국인이라는 증명서는 체포된 탈북자들을 석방시킬 때 유용하다”며 “중국에는 아직 남한 북한도 구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증명서 한 장이면 체포된 탈북자를 쉽게 꺼낼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TC가 있더라도 중국이 출국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한국행은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이다. 중국은 여권에 입국비자를 찍고 들어오지 않은 외국인이 나갈 때는 출국허가 절차를 따로 밟도록 하고 있다. 탈북자를 불법 월경자로 간주하는 중국이 이들에게 출국허가를 내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