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 ‘사심없는 땐쓰’ 특별출연 서울국제고 학생 22명
19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에서 현대무용가 안은미 씨(왼쪽에서 세 번째)가 서울국제고 학생들과 공연을 앞두고 연습을 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날은 24∼26일 이 극장에서 공연하는 현대무용 작품 ‘사심 없는 땐쓰’의 연습이 있는 날이었다. 출연자는 서울국제고 학생들. 청소년들의 춤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전체 공연 90분 중 마지막 30여 분간 전문 무용수들과 함께 피날레를 장식한다.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현대무용가 안은미 씨는 파격적인 작품세계와 함께 박박 깎은 머리, 독특한 옷차림으로도 잘 알려진 ‘괴짜 안무가’다. 안 씨와 학생들은 5개월 전인 지난해 9월 처음 만났다. 안 씨는 춤을 가르치는 대신 “어떻게 추든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며 ‘자유’를 줬다. 함께 시장에 가서 떡볶이와 김밥을 사 먹고 헌옷을 사 마음껏 치장하도록 했다. 클럽과 노래방을 빌려 신나게 놀도록 하기도 했다.
안 씨는 “처음으로 자기 옷을 자기가 직접 사보는 친구도 있었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세상에 부딪치고 상처를 이겨낼 힘을 길러줘야 하는데 요즘 어른들은 ‘이걸 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 성공하지 못한다’며 불안과 공포를 심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 팸플릿에 담길 학생들의 글에는 그동안의 고민이 담겨 있다. ‘시키는거 잘해오면/그게인생 전부인줄/너도나도 알았다오/시험이란 가장중요/인생딴거 필요없어/그게그게 전부인줄/너도나도 알았다오’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 이후로,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대학 이후로, 늘 즐거운 것을 뒤로 미뤄왔습니다. 그렇게 뒤로 미뤄서는 끝이 안 난다는 것, 항상 뒤로만 미루다 끝나버린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가르치는 대신 즐기라고 주문하는 안 씨의 말에 무대에서 어색해하던 학생들은 점점 달라졌다. 집에서도 춤 연습을 해오고 공연장이나 거리 가리지 않고 춤추기 시작했다.
이날 연습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공연을 준비하며 내가 바뀌었다”고 입을 모았다. 서진희 양(18)은 “예전엔 남들이 하자는 대로 하는 성격이었다면 이제는 내 고집이 생겼다”며 “엄마가 ‘많이 어른스러워졌다’고 말씀하신다”고 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김도혁 군(17)은 “처음엔 연습하러 간다고 부모님께 솔직히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지금은 ‘연습 다녀오고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고 잘 말씀드린다”며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씨는 “무대 배경의 종이학은 청소년들의 희망, 힘을 내기 위한 부적과 같다”고 설명했다. “학생과 무용수, 공연 스태프가 모두 함께 접었어요. 이 작품의 주인공은 학생 22명뿐 아니라 모든 청소년이죠. ‘걱정 마라, 네 멋대로 살아도 된다’고 말하는 어른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용기를 얻었으면 해요.”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