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대선, 솔직담백 고백록의 전쟁
작가들 얘기가 아니다. 대통령 선거 1차 투표를 채 60일도 남겨놓지 않은 프랑스 정치판 얘기다. 싸움의 주인공은 현직 대통령인 여당의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와 야당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다. 특징은 ‘될 수 있으면 읽기 편한 감성적인 내용을 담아, 얇게 만들고, 싼값에 판다’는 것이다. 독자들에게 부담을 안 주면서도 효율적으로 공약을 알리고 인물을 홍보하겠다는 심산이다.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며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 이후 17년 만의 정권 탈환의 꿈을 지피고 있는 올랑드 후보는 23일 로베르라퐁 출판사에서 새 책을 내놓았다. 제목은 ‘운명 바꾸기(Changer de destin·사진)’. 170쪽에 가격도 9유로에 불과하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인생역정을 길게 얘기하지 않는다. 인생 얘기는 어떻게 후보가 됐는지를 앞부분에 간단히 묘사하는 것으로 그친다. 그 대신 프랑스와 유럽에 대한 생각과 구상을 밝힌 뒤 이례적으로 다른 경쟁 후보들에게 가지는 느낌과 단상을 서술한다.
사르코지 후보는 막판까지 신비주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9일 XO출판사에서 출간될 예정인 책의 상당 부분이 베일에 가려 있다. 자신이 대통령으로 재직한 5년을 바탕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에서 자신의 내면을 다룬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언론의 보도다. 특히 대중의 비판을 받은 인사 정책이나 각종 스캔들에 대한 솔직한 토로가 담길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자신이 너무 차갑고 부유층과만 어울려 대중과의 괴리감이 크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두께가 80쪽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인 카를라 브루니 여사가 지난해 여름 사르코지 2세를 임신하고 있을 무렵 적극 추천해 쓰기로 결정됐다고 한다. 가제는 ‘나의 진실(Ma v´erit´e)’인데 미테랑 전 대통령이 1969년에 발간한 ‘내 진실의 몫(Ma part de v´erit´e)’과 비슷하다. 그는 선거를 불과 두 달 앞두고 최근 출마 선언을 한 것이나 비슷한 책 제목 때문에 호사가들로부터 ‘미테랑 따라하기’라는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