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자살 중학생 유족들, 추모관서 ‘눈물의 생일상’
25일 오전 11시 반경 대구 동구 도림사 추모관. 지난해 12월 친구들의 폭력과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구 D중 2학년 A 군(당시 14세)이 잠들어 있는 이곳을 A 군의 아버지(49)와 어머니(48), 형(17) 등 가족이 찾았다. 이들의 손에는 A 군이 평소 좋아했던 피자와 케이크, 닭다리 같은 음식이 들려 있었다. 수척한 얼굴의 아버지는 유골함을 바라보며 “○○아, 오늘 네 양력 생일이다. 축하해”라고 힘겹게 말했다. 가족들은 가져온 음식을 작은 나무 식판에 정성스럽게 차리고 유골함 아래 놓은 뒤 모여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생일을 축하했다. 케이크에 불은 붙이지 않았다. 한동안 가족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멍하니 유골함과 여행 때 찍은 가족사진만 번갈아 봤다. 전국에서 온 위로 편지 3통도 읽어보며 북받친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애썼다. 아버지는 “오늘따라 유난히 가족끼리 여행 갔던 작년이 떠오른다”며 “아들 생일이 봄방학 시기여서 국내외 여행을 자주 다녔는데…”라고 했다. 어머니는 “막내아들이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올해도 손을 잡고 가까운 곳에 같이 놀러 갔을 것”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A 군이 세상을 떠난 뒤 가족들은 웃음을 잃고 탄식으로 살고 있다. 부부는 수시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힘겹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버지는 “생일상을 보고 있으니 아들이 금세 뛰어나와 웃을 것 같다”며 “세상을 떠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현직 고교 교사인 아버지는 새 학기에 휴직하기로 했다. 그는 아들을 괴롭혔던 가해 학생들이 최근 단기 2년에서 장기 3년 6개월까지 실형을 선고받은 것에 대해 “법에 정해진 절차를 잘 따라 참회와 용서를 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30여 분 동안 A 군의 유골함 앞에 머물며 생일을 축하하고 죽음을 애도했다. 아버지는 “내년 아들 생일상에는 학교폭력이 없어져 평화로운 세상이 됐다는 소식을 꼭 전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