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헨더슨은 북미에선 전국구 스타다. UFC를 홍보하는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광고판에 그가 등장한다. 이번 대회에서 그의 경기는 라이트급임에도 12경기 중 맨 마지막 순서인 메인이벤트였다. 추성훈은 아홉 번째. 그러나 헨더슨은 국내에선 마니아층을 제외하고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하프코리안이긴 하지만 외모는 흑인에 가깝다.
반면 재일교포 추성훈은 한때 국내 최고 스타였다.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버림받은 특이한 전력에 잘 생긴 외모와 카리스마를 갖춰 사랑을 받았다. 추성훈은 이번 대회 직전까지 3연패를 당했어도 한일 양국의 인기와 영향력을 감안해 일본 선수 가운데선 가장 늦게 경기를 했다.
기자도 일본에 취재를 오면서 헨더슨의 챔피언 등극보다는 추성훈의 재기 여부에 더 관심이 갔다. UFC로 흡수 통합된 프라이드의 성지였던 사이타마 슈퍼아레나는 3만7000 관중석이 가득 찼다. 링 사이드에선 좌석이 들썩거릴 정도의 헤비메탈 사운드, 주먹과 발길이 오갈 때마다 들리는 둔탁한 타격음과 거친 숨소리, 라운드걸의 현란한 움직임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제 우리는 또 한 명의 슈퍼 코리안을 얻었다. 강력한 전사이자 한국인 어머니에게 지극 정성인 효자 아들. 헨더슨이 새로운 챔피언으로 호명되자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가 금메달을 땄을 때와 같은 울컥함이 밀려왔다.
사이타마=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