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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 증명서 발급해달라” 외교부 찾은 탈북자 가족들

입력 | 2012-02-28 03:00:00

“정부가 조속 해결을” 촉구
외교부 “사안별 검토” 신중




중국에서 체포돼 북송 위기에 처해 있는 탈북자들의 한국 내 가족들이 27일 오전 외교통상부를 찾아 ‘한국인 임시여행증명서(TC)’ 발급을 공식 요청했다. 탈북자에 대한 증명서 발급 문제는 탈북자를 체포한 일선 중국 공안들이 한국인임을 증명하는 서류만 있으면 풀어주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탈북자들이 그 같은 서류를 구할 방법이 없어 북송되고 만다는 동아일보 지적(본보 23일자 A1면 보도)에 따라 이슈화된 사안이다. 정부와 여당은 23일 증명서 발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동아일보DB

정부 여당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한국에 있는 체포 탈북자 가족들은 “헌법상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인 만큼 TC 자체는 얼마든지 발급해 줄 수 있다”고 말한 외교부 당국자의 발언이 보도된 동아일보를 내보이며 증명서 발급을 촉구했다. 이에 외교부 관계자는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가족들은 “북송이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에서 TC를 발급해준다면 가족을 구해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TC 발급 문제를 포함한 탈북자 대책을 중국 등을 담당하는 외교부 동북아국이 아닌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대북정책협력과에 맡겼다.

외교부 관계자는 기자에게 “TC 발급은 사안별로 검토해야 할 사안으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선례가 만들어질 경우 신청자 모두에게 발급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TC가 남발되거나 악용될 가능성 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원칙적으로 TC는 본인이 공관에 와서 인터뷰를 하고 신분 확인을 위한 여러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엄격한 관련 규정이 있는데 탈북자에겐 이런 원칙을 적용하기 어려워 원칙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것이 실무 담당자들의 고충이다.

탈북자 구출 활동가들은 외교부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어차피 TC를 발급하려면 탈북자의 사진과 신상 등이 있어야 하므로 발급 요청자는 가족이 한국에 있는 탈북자나 한국 외교공관에 진입한 탈북자 등으로 한정된다. 따라서 TC 발급 요청이 남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탈북자 가족들은 이날 오후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한국사무소를 찾아가 북송을 막기 위해 적극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이들은 “북송 위기를 앞둔 탈북자 속에는 아동도 여러 명 있다”면서 “유엔의 책임 있는 기관으로서 적극 협력해 달라”고 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