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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 사실상 효력 잃었다… 학교장 자율로 학칙 제정

입력 | 2012-02-28 03:00:00

교육감 인가 안받아도 돼
관련법 통과… 조례보다 상위




학교장이 학칙을 만들거나 고칠 때 교육감의 인가를 받는 절차가 없어진다. 국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27일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잇따라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지난해 경기도와 광주, 올해 서울 등 진보교육감 지역에서 시행하거나 추진돼온 학생인권조례가 사실상 무력화됐다.

개정안은 ‘학교장은 학칙을 제정 또는 개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현행법에는 ‘학교장은 지도·감독기관(공·사립학교는 교육감)의 인가를 받아 학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돼 있으므로 교육감의 권한이 사라진 셈이다.

이에 앞서 교과부는 21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두발·복장에 관한 사항, 소지품검사, 학내 질서 유지를 위한 사항을 학칙에 담을 수 있도록 명시했다. 학교장이 두발·복장 제한처럼 학생인권조례에 위반되는 조항을 학칙에 넣어도 교육감의 인가권이 없어지므로 제재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 개정안은 ‘학칙에 학내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정할 수 있다’고 밝혀 교육 목적의 간접체벌을 위한 근거를 마련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개정된 법안은 조례보다 상위법이므로 학생인권조례에 근거해서 교육감이 학칙을 규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2008년 11월 정부가 학교의 자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발의했다. 이후 3년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계류돼 있다가 14일 교과위 전체회의에서 학교폭력 관련법과 함께 통과됐다.

개정안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진정한 교육자치는 학교에 권한을 주는 것이다. 학교 현실에 맞게 자율적으로 학칙을 정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조치”라고 평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이금천 사무처장은 “학교자치권 확대는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이번 개정은 교과부가 학생인권조례를 무산시키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이므로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