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근친상간? “혼란스러운 시기 아니었을까요?”
● 앵벌이로 시작한 연기 “동정, 좋아요”
● 차기작에선 연달아 ‘나쁜 남자’로 “미워하지 마세요”
“저도 똑같은 걸로 주세요.”
배우 유연석(28)은 가늘고 흰 손가락으로 기자의 유리잔을 가리켰다. 183cm의 키에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지만, 얼굴엔 장난스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영화 ‘열여덟, 열아홉’(3월1일 개봉, 감독 배광수)에서의 호야와는 영 딴판이다.
‘열여덟, 열아홉’은 이란성 쌍둥이 남매 호야(유연석)과 서야(백진희)의 성장통을 그렸다. 서야는 오빠 호야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사랑인지, 가족애인지 가늠할 수 없고, 호야는 그런 서야와 여자친구 보미(엄현경)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어딘가 답답하고 ‘찌질한’ 모습이 임신한 여자친구를 떠나는 한수(영화 ‘혜화,동’)와도 겹친다.
유연석은 영화 ‘올드보이’(2003)에서 유지태 아역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그때도 누나와의 금지된 사랑이었다. 남자 형제만 있는 그는 “실제로는 잘 모르겠지만, 책도 보고 여기저기 물어보면서 호야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혼란스러운 시기 아니었을까요?”라고 되묻는 그에게서 호야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다음은 ‘충무로의 유망주’ 유연석과의 일문일답이다.
- ‘올드보이’에서도 그렇고, 이번 작품에서도 그렇고. 모성애를 자극한 역할을 주로 한 것 같습니다.
“저 그런 거 좋아요. 세종대 시절, 창작극에서 앵벌이를 연기한 적 있어요. 멋있기는커녕 말도 어눌한, 바보 같은 역할이었죠. 관객들이 울더라고요. 동정받는 캐릭터에 희열을 맛봤죠. 애착이 생겼어요.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연민을, 저 혼자 캐릭터에게 느낄 때가 있어요. 단순히 보면 ‘찌질’하지만, 그들도 절실하거든요. 그런 부분을 제가 연기로 표현하고, 사람들이 공감해 줄 때 기분이 참 좋아요.”
“저도 그렇고, (백)진희도 성숙해졌어요. 그땐 소녀였는데, 여자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고민도 많아졌고, 대화도 진중해졌죠. 물론 계속 연락하면서 친하게 지냈어요. 진희가 나오는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요? 저도 보고 있죠. 진희는 예쁘게 나오는 역할이 아니라고 자책하기도 해요. 좋은 건 박하선 씨랑, 김지원 씨가 한다고. (웃음) 전 꾸밈없는 캐릭터라고 응원해 줬어요.”
▶ ‘심야병원’ 이후 팬들에게 ‘첫 조공’ “기분 좋네요”
- 드라마 ‘런닝,구’에선 마라톤을, ‘드림’에서 권투를 했어요. 이번에도 여동생 서야(백진희)의 복수를 위해 코치 기주(이영진) 아래서 권투를 배웁니다.
“운동 좋아해요. 남자배우로서 액션에 관련된 작품들을 잘 소화할 수 있다면 장점인 것 같아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물론! 몸은 힘들어요. 하루에 10km씩 뛰고, 3~4시간 자고 온종일 권투 하고. 하지만 장면이 잘 나오면 또 좋아요.”
“이번에 '늑대소년’ 찍으면서 팬클럽 이름으로 선물을 받았어요. ‘조공’이라고 하잖아요. 처음이었어요. 다른 스태프들이 저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는데, 팬 분들께 참 고맙고 기분이 좋았어요. 또, 올해 작품을 쉬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해요. 절 믿어주시는 관계자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잖아요. 뿌듯하죠.”
- 올해 개봉작으로 ‘열여덟, 열아홉’에 이어 ‘건축학 개론’, ‘늑대소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건축학 개론’에서 이제훈, 수지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이)제훈이는 ‘파수꾼’으로, 전 ‘혜화,동’으로 지난해 주목 받기도 했고, 나이가 똑같다는 것도 공통점이죠. 이번에 많이 친해졌어요. 수지는 딱 그 또래예요. 떡볶이 좋아하고, 아기자기하게 잘 꾸미고. (성격도 밝고, 일도 즐기면서 해요. 정말 여섯 끼 먹느냐고요? 글쎄요, 직접 보진 못했는데, 가리지 않고 잘 먹긴 해요. 아… 근데, 영화 보시면 아시겠지만, 수지 팬 분들이 제 안티 팬이 될까 살짝 걱정도 됩니다. 저 실제로 그런 사람 아니에요.”
▶ ‘예비역’ 유연석, 수지 이야기에 가장 해맑은 표정
- 현재 촬영 중인 ‘늑대소년’에서도 박보영을 짝사랑하고 송중기를 괴롭히는 악역이잖아요. 두 사람은 어떤가요.
“(송)중기, 재미있어요. 하하. 아무래도 촬영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까 친해졌죠. 털털하고 이야기도 잘 통해요. 연기하는 데 있어 진지한 태도도 좋고요. 보영이도 참 명랑한 친구에요. 누나들의 로망, 삼촌들의 로망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혼자 잘 빼입고 나와요. 의상팀장님이 절 ‘올드보이’를 하게끔 추천해준 분이세요. 전 그때 아역이었고 누나는 막내 스태프였는데 말이죠. 감회가 새로웠어요.”
- 유연석에게 ‘올드보이’란?
“(오랫동안 생각을 고르더니) 자동차의 스타트키를 줬다고 할까요. 우연히 시작했지만 이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작품이었어요. 친구들이 ‘‘올드보이’에서 너 빼고 다 떴다’고 말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학교에서 공부하고 연극을 하고, 또 군대에서 보낸 시간이 저에겐 자양분이 됐어요. ‘올드보이’ 후에 계속 작품을 하기 위해 발버둥쳤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시간이 있어 지금이 있는 것 같아요. 후배들이 물어봐요. ‘어떻게 영화할 수 있어요?’라고. 그럼 저는 타이틀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요. 스스로 알릴 수 있는 한 작품. 전 그런 작품이 ‘올드보이’잖아요. 큰 행운이죠.”
- 20대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30대가 됐을 때 티끌 하나라도 후회하지 않을 시절로 마무리하고 싶어요. 올해가 연기 활동에 있어서도 중요한 시기고요. 올해 농사를 잘 지어야 해요. 그러려면 일단 ‘열여덟, 열아홉’부터 많은 분들이 많이 봐주시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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