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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해요 나눔예술]나눔예술교육 설명회 현장

입력 | 2012-02-29 03:00:00

베네수엘라 아빠… 일본인 엄마…
다같이 연주하는 ‘무지개 교향곡’




《 동아일보와 금호석유화학이 추진하는 다문화가족 및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나눔예술교육’이 다음 달에 닻을 올린다. 이웃을 찾아 공연의 감동을 전하는 나눔예술이 교육과 만난 장기 사회공헌프로젝트. 악기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조화와 자긍심을 키워준다는 게 취지다. 본교육에 앞서 열린 설명회는 다문화가족 부모의 예술교육에 대한 열의를 읽을 수 있는 자리였다. 》

22일 오후 4시 서울 서대문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3층 강당에서 열린 동아일보 나눔예술교육 설명회에서 다문화가족 및 아동센터 어린이들이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콘트라베이스 등 현악 5중주를 듣고 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강당 뒤편에 세워진 현악기 그림판을 보던 혜영이(10)는 궁금증이 생겼다. 바이올린 사진이 첼로보다 커서였을까. “엄마, 바이올린이 더 큰 거야?” “아니, 그건 첼로고.” 베트남계 엄마는 바이올린 켜는 동작을 보여 주며 딸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22일 오후 4시 서울 서대문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3층 강당. 동아일보 나눔예술교육 설명회에 함께한 부모와 아이들은 기대에 찬 표정이었다. 대부분 악기 연주 경험이 없는 아이들이었다. 그들을 위한 산교육은 직접 연주를 들려주는 것.

“우∼와.” 현악 5중주팀이 등장하자 아이들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악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연주자들이 들려준 모차르트의 경쾌한 선율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는 현악의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최노아 군(11)은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인 아빠(베네수엘라 출신)의 바람과 달리 바이올린에 마음을 뺏겼다.

일본인 사카모토 히로미 씨(34)의 4남매 중 맏딸 유나(10)는 첼로를 먼저 한 뒤 비올라를 배우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밝혔다. 사카모토 씨는 “고등학교 때 콘트라베이스를 배운 기억이 너무 좋았다”며 “남편과 아이들이 함께하는 가족 연주팀을 꾸리고 싶다”고 했다.

한국인 아빠의 기대도 크다. 필리핀 아내를 둔 이병천 씨(36)는 “악기에 관심이 많은 딸아이의 정서와 자신감을 키우는 데 힘이 될 것”이라며 “딸이 친구들과 함께하는 예술교육을 통해 잘 어울려 성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씨의 바람처럼 아이들에게 음악을 통해 배려하고 자긍심을 심어주려는 게 나눔예술교육의 취지다.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이웃에게 나누는 ‘나눔무대의 주역’으로 서길 바라는 뜻도 담겨 있다. 다음 달부터 악기를 배울 아이들은 중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베네수엘라 캐나다 등 9개국 서대문지역 다문화가족과 새터민 자녀, 지역아동센터 아동 등 40여 명이다. 상당수가 형편이 넉넉지 않아 예술교육엔 엄두를 못내는 가정의 아이들이다.

아동센터의 경우 부모의 이혼으로 ‘한 부모 가정’이 된 아이도 적지 않아 보살핌이 절실하다는 게 광암지역아동센터 김효경 센터장의 전언이다. 그런 만큼 나눔예술교육 배움터는 아이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잘 보듬어줄 음악교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료로 이뤄지는 음악교실은 유아반(5∼7세)과 방과후 교실(8∼13세)로 반을 나눠 개인레슨과 합주 등 매주 두 차례 실시된다. 교육악기는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콘트라베이스 등이다.

특히 전원 다문화 자녀인 유아반은 ‘엄마와 함께 즐거운 음악교실’로 꾸며 엄마들의 관심이 크다. 필리핀 엄마 연이 바그타수스 씨(36)는 “일을 해야 하는 형편이지만 일곱 살 아들과 함께 열심히 배울 것”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엄마와 아이가 어우러져 교감할 이 프로그램은 나눔예술교육만의 자랑거리다. 지도교사는 동아음악콩쿠르 심사위원인 백영준 씨 등 8명으로 국내 정상급 연주자들로 구성됐다. 앞으로 50여 년 전통의 동아음악콩쿠르 출신 음악인을 중심으로 확대된다.

지난해 수원시립교향악단을 은퇴한 김연일 씨는 재능을 나누기 위해 아이들 지도에 나서게 됐단다. 교육에 열정을 쏟겠다는 그는 아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나누며 성장하길 바라고 있다.

이날 설명회는 여의치 않은 형편에서도 자녀교육에 대한 다문화가족 부모들의 열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서대문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신옥 총괄팀장은 “사정상 가족 해체 위기까지 겪는 가운데서도 아이 교육에 진지하게 응한 다문화가족 엄마, 한 아이라도 더 참여시키려는 아동센터 교사들의 모습에서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박길명 나눔예술특별기고가 m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