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받은 뒤 약정된 시점에 앞서 돈을 갚을 때 금융회사가 요구하는 중도상환 수수료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돈을 미리 갚는데도 많은 수수료를 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중도상환 수수료 폐지를 권고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중도상환으로 당초 약속한 대출이자를 못 받기 때문에 수수료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맞서고 있다.
○ 불필요한 비용 vs 불가피한 대가
금융소비자들은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이 요구하는 수수료가 지나치게 많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출을 신청할 때 국민주택채권과 인지세를 포함한 각종 수수료가 수십만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특히 대출이자를 빠짐없이 챙기면서도 조기상환 때 수십만∼수백만 원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한다. 금융회사의 지나친 수수료 요구 관행은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힘겨운 서민경제에 부담을 더 지우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앞서 S 씨는 기업은행 구미지점 측이 ‘대출자 본인의 상환 의사를 직접 확인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 “전화 한 통이면 되는 확인 절차를 6시간이나 끌었다는 것은 지점 측이 중도상환 자체를 거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6월 ‘고객이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할 때 중도상환 수수료를 받지 말라’고 은행권에 권유했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이를 잘 지키지 않자 ‘한시적으로라도 중도상환 수수료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요구했으나 은행들은 요지부동이다.
○ 은행원도 “중도상환 수수료 너무 비싸”
중도상환 수수료에 대해서는 은행원조차 비싸다고 말할 정도다. 한 시중은행의 김모 과장(37)은 지난해 2월 서울에 있는 82m² 규모의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1억5000만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자신이 다니는 은행에서 받았다.
김 과장은 올해 1월 3년간 모은 5000만 원을 보태 대출금을 중도상환했다. 그는 “창구 직원이 ‘은행 직원이라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해 주지만 만약 일반 고객이었다면 46만 원을 내야 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빚을 갚으면서 돈을 내야 하다니 고객의 관점에서는 억울한 면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동아일보 경제부와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2월 14일부터 22일까지 전국 직장인 337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6명인 62.3%가 금융회사의 수수료가 비싸다고 응답했다. 수수료가 비싸지 않은 편이라고 한 응답자는 0.6%에 불과했다. 또 시급히 내려야 할 수수료로 대출상환 수수료를 꼽은 응답자가 65.0%로 가장 많았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