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 제공
사랑채는 전면의 다섯 칸 가운데 맨 오른쪽의 광 한 칸을 제외한 나머지 칸에 반 칸의 툇마루를 설치한 후에 맨 왼쪽의 방 한 칸을 정자 형태로 꾸며 쪽마루를 달고 방 앞의 툇마루에는 바깥으로 약간 튀어나오게 만든 계자(鷄子)난간을 둘렀다. 조선집에서 이 계자난간이 주는 느낌은 참 독특하다. 아무것도 아닌 쪽마루라도, 별일 없는 툇마루라도 이 계자난간이 둘러지면 엄청난 호사와 여유가 저절로 생기니 말이다. 이 집의 주인도 그랬는지 이 쪽마루에 아주 굵은 해서체로 ‘이헌(怡軒)’이라는 편액까지 달아 놓았다. 기쁘게 맞이한다는 뜻이다.
나는 육사 문학축제에 갔다가 우연히 이 집에 숙소를 배정 받아 하룻밤 지낸 적이 있다. 한여름인데도 덥지 않게 이 정자 속의 방 한 칸 같은 집에서 잘 자고 일어난 기억이 있다. 화려하지 않고 위엄을 내뿜지도 않지만 실속 있고, 정감 깊은 집이었다.
허은은 허형의 손녀로, 허형은 독립의병을 일으켜 을지로까지 진군하다 실패한 후 만주로 망명한 왕산 허위의 사촌형이다. 그 범산 허형이 바로 청포도의 시인 이육사의 외할아버지이다. 이렇게 안동의 명문가들은 서로 맺어져 있고, 다투어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지금 목재 고택을 지키고 있는 사람도 육사의 유일한 혈육인 이옥비 여사다.
함성호 시인·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