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최초 청각언어장애인 사제 박민서 신부… 6월 세계성체대회서 강연
청각, 언어장애인으로는 아시아 가톨릭교회에서 최초로 사제가 된 박민서 신부는 “청각장애인들이 아직도 침묵의 어둠 속에서 고통받고 있다”며 “이들을 위한 성당 건립에 힘을 보태 달라”고 말했다. 박 신부는 6월 세계성체대회에서 교회와 청각장애인을 주제로 강연한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수업이 가능한지 면접을 봤죠. 저 하나 때문에 수화 통역을 쓸 수 없으니 당연히 탈락했죠. 부모님은 우셨지만 저는 내색을 않고 속으로 웃었죠.”
2007년 청각·언어 장애인으로는 아시아 가톨릭교회에서 최초로 사제로 서품된 박민서 신부(44)는 그렇게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가톨릭교회를 혁명적으로 바꾼 것으로 평가받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년) 50주년을 맞아 6월 아일랜드에서 열리는 제50차 세계성체대회에서 ‘교회와 청각장애인들’을 주제로 강연한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서울대교구 가톨릭농아선교회에서 수화 통역을 통해 그를 인터뷰했다. 사제서품식 이후로는 첫 인터뷰다.
세계대회 참여가 두려웠고 국내 농아인과 관련한 행사와 일정이 겹쳐 처음에는 강연을 사양했다. 그러나 자신의 작은 몸짓이 장애가 있는 이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결국 참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시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그의 길은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가 됐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 그래서 외부 노출은 피하고 농아선교회 일에 전념했다. 매주 일요일 선교회와 가톨릭회관에서 열리는 미사에는 청각장애인 200여 명이 참석하고 있다.
“개신교는 청각 장애 목회자가 100여 명이 있다고 합니다. 비교하면 저는 일당백(一當百)인 셈이죠. 가톨릭 교구별로 한두 곳에서 청각장애가 있는 분들을 위한 미사가 있지만 1만 명으로 추산되는 이분들의 마음을 채우기에는 부족합니다.”
장애가 있는 신부로서의 어려움을 묻자 그는 화재에 얽힌 에피소드를 언급했다.
그는 경원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만화 배경을 그리기도 했다. 친구들이 필기를 하고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그림을 끼적거리다 보니 실력이 늘었다고 했다. 아들이 김기창 화백 같은 예술가, 나중에는 사제가 되는 것을 원했던 아버지는 2006년 부제서품식을 하루 앞두고 별세했다.
박 신부는 힘들 때마다 5년 전 첫 미사 때의 기도를 떠올린다고 했다.
“왜 나는 남과 다르냐고 부모님, 하느님을 원망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미안 신부(1840∼1889)는 한센병 환자와 같이 살기 위해 스스로 환자가 됐습니다. 누구나 농아가 되는 ‘은총’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선물을 귀하게 여기고 제대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초심을 잊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