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휴지통]‘유산 93만원’에 산산조각 난 형제애

입력 | 2012-03-02 03:00:00

어머니 숨지며 통장에 남겨
형이 뺏으려 동생 살해위협




‘93만 원 때문에 형제간에 칼부림까지….’

지난달 26일 오후 11시경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서 정모 씨 형제는 100만 원도 채 안 되는 유산 문제로 다툼을 벌였다. 평소 이 형제는 우애가 깊었다. 오래전 아버지를 여읜 뒤 막노동을 하며 힘들게 생활했지만 홀어머니를 정성으로 모시고 살았다. 형제의 사이가 틀어진 건 지난해 12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였다. 오랫동안 지병을 앓다 병원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숨진 어머니는 통장에 93만 원을 유산으로 남겼다. 형편이 어렵던 형제에게 93만 원은 큰돈이었다.

형(43)은 은행에서 돈을 찾으려고 동생(42)에게 신분증과 인감도장을 달라고 요구했다. 형은 “내가 장남이니 절반보다 더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생은 “반반씩 나누자”며 버텼다. 화가 난 형은 동생을 주먹으로 때린 뒤 식칼로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형의 손찌검에도 묵묵히 맞고 있던 동생이 끝내 분을 이기지 못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형인 정 씨를 협박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고인인 어머니는 자신이 남긴 유산 93만 원이 형제 사이를 갈라놓을지 꿈에도 생각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