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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유실물센터 물건은 다 내것?

입력 | 2012-03-03 03:00:00

인터넷 공개된 정보 악용해 주인행세
전국서 40차례 1500만원어치 가로채




지난달 2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중구의 한 지하철역 유실물센터로 20대 남성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는 애인이 잃어버린 유명 브랜드의 명품 핸드백을 찾으러 왔다며 가방 모양이나 크기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센터 직원 A 씨가 분실 장소와 시간을 묻자 이 남성은 척척 ‘정답’을 말한 뒤 당당하게 신분증까지 제시했다. 분실물 정보를 모두 알고 있는 이 남성에게 A 씨는 아무 의심 없이 분실물 인수증을 받은 뒤 80만 원 상당의 가방을 건넸다.

앞서 1월 17일 충남의 한 경찰서에도 이 남성이 나타났다. 잃어버린 순금반지들(300만 원 상당)을 찾으러 왔다는 남성은 경찰에게 신분증을 보여주고 반지를 찾아준 시민에게 사례금으로 30만 원을 준 뒤 반지를 들고 사라졌다.

그러나 가방도 반지도 실제 주인은 따로 있었다. 이 남성은 서울메트로 유실물센터 및 경찰청 유실물 종합안내 인터넷 홈페이지에 분실물 사진과 분실물 관련 각종 정보가 공개된다는 사실을 악용해 주인 행세를 하며 분실물을 찾아갔다. 그는 이런 수법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전국을 돌며 40회에 걸쳐 1500만 원 상당의 물건을 가로챘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유실물센터에 수십 번 나타나 분실물을 찾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를 벌인 끝에 이모 씨(27·무직)를 붙잡아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