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진 뉴욕 특파원
그가 올해 초 오프브로드웨이의 퍼블릭시어터 무대에 다시 올린 ‘스티브 잡스의 괴로움과 황홀함’은 이 내용을 담은 1인극이다. 지금도 이를 보기 위해 관객들은 줄을 선다. 데이지의 고발은 중국 근로자의 열악한 근로 환경에 대해 미국 내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애플도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폭스콘이다. 근로자 120만 명을 저임금에 고용하면서 세계 전자업체 조립시장의 40% 가까이를 점유해온 이 회사는 최근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18일 이 회사는 임금을 25% 인상하고 초과근무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수습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애플 HP 델 등 고객사에 근로자 임금을 올려줘야 하니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글로벌 전자업체들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중국보다 낮은 생산비용으로 제품을 조립할 수 있는 또 다른 나라의 공장을 찾을 것이다. 지금 애플 등의 생산을 맡겠다는 해외 공장은 줄을 서 있다.
폭스콘에 닥친 도전과 세계은행이 겪은 두 사건을 지켜보면서 1998년 외환위기를 겪었던 한국을 떠올렸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액은 물론이고 미국과 함께 글로벌 경제를 주무르고 있는 중국을 한국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지 모른다. 그러나 경제 발전과정을 보면 유사한 점이 많다. 한국은 고정환율제라는 국가가 쳐놓은 방어막 아래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 수출로 고도성장을 이어갔다. 외환위기가 터지기 몇 년 전부터 경제모델의 개혁을 요구하는 세계 석학의 지적에는 귀를 닫았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솥을 뚜껑으로 억지로 눌러온 것이다. 후유증은 컸다. 저임금과 함께 위안화를 미 달러에 고정해 놓고 싼 가격으로 세계에 제품을 내다판 것이 중국 고성장의 배경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1998년 한국의 경제위기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 처방과 뼈아픈 구조조정으로 겨우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경착륙이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은 한국과 비교하기 어렵다. 고도성장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개최한 자긍심에 도취돼 불과 10년 뒤 다가올 위기를 보지 못한 우리의 전철을 중국은 밟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박현진 뉴욕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