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의 손길 받아 저는 살았지만 아직도 친구 18명이 위험합니다”
수술 후 다리를 붕대로 감은 채 앉아 있는 13세 탈북 ‘꽃제비’ 정모 군.(위 사진) 중국 당국에 체포될 위험 때문에 통원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직접 쓴 편지로 도와준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 왔다. 북한인권선교회 제공
북한에서 유랑 걸식을 하던 정 군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꽃제비 친구들과 탈북을 약속한 뒤 선발대로 먼저 중국에 넘어왔다 화를 당했다.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혹한 속에서 몸을 녹이려 불을 지폈다가 그만 잠이 들어 발이 다 타버린 것. 다행히 소년은 현지 민간구호단체 관계자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구했다. 채널A 방송을 통해 처음 모습이 공개됐을 당시 발목까지 검게 그을린 발은 살갗이 벗겨져 진물이 흘러나왔고 발가락은 뼈가 드러날 정도였다.
▶본보 2월 6일자 A2면 영하 40도… 동상에 살갗이 벗어져도…
정 군은 발을 방치할 경우 생명이 위태롭다는 의료진 판단에 따라 멀리 떨어진 도시 병원에 가서 발을 절단했다. 사연이 보도된 뒤 2만 위안(약 354만 원)에 이르는 수술비의 일부를 한국과 미국의 선교단체들이 모금을 통해 후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 군의 시련은 이제부터다. 발이 없는 상태에서 오도 가도 못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신분이 드러날까 봐 병원에도 못 가고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간단한 소독약 등으로 임시 처치를 받으며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 정 군의 사연을 본보에 알린 북한인권선교회 김희태 회장은 “정 군을 한국으로 데려오고 싶지만 제3국으로 가려면 1만여 km의 여정을 소화해야 하는데 체력이 턱없이 모자란다. 또 장정 4명이 들것을 들고 데려와야 하는 등 비용도 많이 든다”고 말했다.
제3국행 도중에 다행히 중국 당국에 발각되지 않는다 해도 비용이 최소한 600만 원 정도는 든다고 한다. 현재 백두산에는 정 군과 함께 탈북한 친구 18명이 여전히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600만 원이면 이들 중 10명을 구출할 수 있는 액수다. 정 군을 중국 현지에 두고 돌보려 해도 많은 돈이 들긴 마찬가지다.
▶[채널A 영상] “저요?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봅니다” 북송반대 집회 참석한 안철수
백두산 탈북 꽃제비들을 한국으로 구출하는 단체 ‘통일시대사람들’의 김지우 대표는 “한 달에 탈북자 대여섯 명을 구출할 수 있는 후원금이 겨우 모금되는 실정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정 군은 편지에 “선생님들 도와주세요”라고 손으로 꾹꾹 눌러 썼다.
윤영탁 채널A 기자 kais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