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은 이념 뛰어넘는 가치… 늘 사회적 약자에 관심” 단식 이애란씨 찾아 위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진행되는 탈북자 강제 북송 반대 시위현장을 전격 방문했다.
안 원장은 이곳에서 11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는 ‘탈북 여성 1호 박사’인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에게 이날 오후 7시 5분경 “찾아가겠다”고 전화로 알린 뒤 30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이번 방문은 이 원장이 2일 안 원장에게 “북한 주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집회 현장을 방문해 달라”는 호소문을 e메일로 보내면서 성사됐다.
안 원장은 이 원장에게 “항상 사회적 약자와 소외 계층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그동안 농성장에 오지는 못했지만 늘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권과 사회적 약자 보호는 이념과 체제를 뛰어넘는 가치”라며 “인권 문제는 보편적 과제인 만큼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다만, 어떻게 힘을 보탤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안 원장 같은 사회적 인지도가 높은 인사들이 계속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 원장은 이 원장에게 건강을 챙기라고 당부한 뒤 “기자들이 없을 줄 알았다”며 5분여 만에 현장을 떠났다.
안 원장이 서울대 졸업식과 강의 등 서울대 관련 행사를 제외하고 공개석상에 나타난 것은 지난달 6일 공익재단인 ‘안철수재단’ 발표 기자회견 이후 처음이다. 민주통합당이 탈북자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야권의 잠재적 대선후보로 꼽히는 안 원장이 농성 현장에 나타난 것은 뜻밖이다.
그동안 안 원장이 자신의 대북·안보관에 대해 밝힌 적은 없다. 일각에서는 “안 원장이 안보에 관해선 보수적이다”라는 해석이 나오는가 하면 “진보진영의 대북정책에 대체로 동의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안 원장이 탈북자 북송 반대 시위현장에 나타난 것은 대북·안보 문제에 관해선 운신의 폭을 좁히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좌파진영의 논객인 조국 서울대 교수는 이날 오후 트위터에 “박선영 의원, 노선과 정책이 나와 매우 다르다. 그러나 탈북자 북송 저지를 위한 진정성은 인정한다.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나라와 세력이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념과 체제를 떠나 인권의 문제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