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원은 현재 서울대병원에 이송돼 물도 마시지 못하고 링거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단식 시작 전에 45kg이었던 박 의원의 체중은 11일 동안의 단식으로 40kg까지 준 것으로 알려졌다.
투쟁의 의도를 떠나 박 의원의 단식농성은 중국 정부의 탈북자 북송과 관련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끌어냈다. 국회가 탈북자 북송 반대 결의안을 내놨고 미국 의회가 5일 탈북자 관련 청문회를 열기로 하는 등 국제사회도 호응하고 있다. 생사의 기로에 선 탈북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박 의원의 단식은 한 줄기 빛일 수 있다.
신광영 사회부
위험을 감수하며 타인의 절박한 처지를 호소하는 투쟁은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죽음 앞에 놓인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박 의원의 단식은 정치적 견해차를 넘어 인류 보편의 상식을 위한 투쟁이다. 사람 목숨 구하는 일을 주저하면서까지 고려해야 할 이념이나 가치란 있을 수 없다.
물론 박 의원의 단식농성을 보는 시각은 다양할 수 있다. 탈북자 북송을 막아 북한을 자극하면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단식 정치인’의 탈진 사태를 조롱거리로 몰아간다면 생산적인 대화는 설 자리가 없다. 박 의원의 실신에 악플을 달거나 그 악플에 공감하는 이들에게서 최소한의 양식마저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지율 스님이 천성산 터널 공사 중지를 촉구하며 200일 넘게 한 단식도, 김진숙 씨가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며 309일간 벌인 크레인 농성도 그들의 눈엔 한낱 ‘쇼’로 보였을까.
신광영 사회부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