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객원논설위원·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의 유소년 인구는 2010년에 798만 명으로 이미 정점을 찍었고 ‘고령사회’가 되는 2017년에는 680여만 명으로 줄면서 처음으로 노년층 인구보다 적어진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인 2016년에는 생산가능 인구가 정점을 찍는다. 현재 560만 명 정도인 노년층 인구는 2020년에 800만 명을 넘고 2030년에는 1200만 명을 넘는다. 그리고 2030년부터 총인구는 정점을 찍고 줄어든다.
산업구조 바꾸어놓을 인구 변화
현재는 인구의 11%를 차지하는 노년층이 의료비 전체의 30%를 쓰고 있다. 2030년이 되면 전체 인구의 24%를 차지하는 노년층이 의료비 전체의 66%를 사용한다. 현재 노년층 560만 명 중 200여만 명은 빈곤층이고 100만 명이 홀몸노인이다. 이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40여만 명이다. 제대로 준비를 못한 채 노년에 진입한 수가 상당한 것이다.
어려운 노년층을 잘 지원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그러나 일인당 1만 원 정도 지원을 늘린다면 지금은 560억 원 정도 들지만 2030년에는 1200억 원이 든다. ‘1만 원이 뭐냐. 통 크게 10만 원은 돼야지’라며 ‘화끈한’ 지원 정책을 도입하면 나중에 가서 매년 1조2000억 원이 필요하게 된다. 복지지원 프로그램은 한번 도입하면 없애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일본의 노령인구 비율은 23%를 넘었다. 이들은 은퇴와 동시에 자가용 차량을 팔고 BMW(Bus, Metro, Walk) 체제, 즉 버스 지하철 걷기로 전환한다. 노년층은 사망 시까지 연금이 나오는데도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연금을 다 쓰지 않고 저축한다. 은퇴 이후 사망 시점까지 저축하는 액수가 평균 1억 원 이상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렇게 소비가 줄다 보니 내수가 위축된다.
일본에서 성업 중이던 수많은 가게와 주점들이 문을 닫는다는 얘기가 들리는 것을 보면 노령화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노년층이 늘어나면 생산 기반은 줄고 사회 부담은 늘어나는 동시에 지갑은 닫히고 내수는 줄어드는 축소 지향적 흐름이 심화되는 것이다.
의대 및 보건학과 대학증원 시급
더구나 보건의료 분야는 부가가치 10억 원당 고용이 20명 늘어날 정도로 일자리 창출력이 높은 분야이다. 이를 위해서 의대 및 보건 관련 학과의 대학 정원 증원을 통해 인력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의사 한 명 키우는 데 10여 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당장 조치가 시급하다.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 산업 내에서도 노년층에 유리한 다양한 금융상품이 출시되고 운용돼야 하며 이와 함께 문화 및 관광 분야도 획기적 조정이 필요하다.
인구 구조의 변화는 산업 구조의 변화를 요구한다. 준비 안 된 노령화가 지속되면 노년층의 지갑이 닫히고 우리 경제의 내수 기반은 무너진다. 힘든 노년층에 대한 적절한 지원정책의 도입과 함께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노년층의 지갑이 닫히지 않도록 하기 위한 깊은 고민과 세심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창현 객원논설위원·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yun3333@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