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보위부원들, 탈북자 직접 체포… 국경 철조망 뜯고 북송
탈북 이애란 박사 13일째 단식 6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 여성 1호 박사’인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이 13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중국서 활개 치는 북한 보위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보위부 요원 수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에게 직접 체포돼 북으로 비밀리에 끌려가는 탈북자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 공안에 체포된 탈북자는 중국에서 나름대로 신문 및 북송 절차를 거쳐 세관을 통해 북으로 가지만 보위부 요원들에게 체포된 탈북자는 이런 절차도 거치지 않는다.
보위부 요원들은 압록강 하구 및 두만강 상류 지역에 자신들만의 북송 통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둥(丹東) 인근에는 북-중 경계를 표시하는 철조망이 도로에서 불과 1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 많다. 보위부 요원들은 자신들이 체포한 탈북자를 차에 싣고 이런 곳에 와서 북에서 마중 나온 요원들에게 넘겨주고 다시 임무를 수행하러 떠난다. 압록강 하구에서 북-중 국경도로를 차로 달리다 보면 군데군데 철조망이 뜯긴 곳이 보인다. 이런 곳은 대개 사람이 계속 다녀 길처럼 다져진 북한 쪽 오솔길과 이어지는데 이는 주요 밀수 통로이기도 하지만 보위부 요원들이 탈북자를 넘길 때도 많이 이용한다.
이런 통로는 비단 압록강 쪽뿐만 아니라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룽징(龍井) 현 싼허(三合) 진, 허룽(和龍) 현 충산(崇善) 진 등 두만강 중상류 지역에도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겨울에 강이 얼었을 때는 싼허 통로가, 강이 풀렸을 때는 강폭이 좁은 쑹산 통로가 주로 이용된다. 이런 통로는 북한 보위부가 오랫동안 중국 당국의 묵인 아래 관행적으로 사용하던 것인데 최근 중국에서 활약하는 요원 수가 늘면서 더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보위부 요원들이 탈북자들을 체포해 직접 북송시키고 있음이 드러남에 따라 지금까지 북에 끌려간 탈북자는 중국 당국이 공개한 통계수치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사회과학원 통계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6년까지 중국은 매년 적게는 4800명, 많게는 8900명의 탈북자를 북송해왔다. 이를 통해 탈북이 본격화된 1990년대 중반 이후 약 10만 명의 탈북자가 북송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2만여 명. 탈북자 1명이 자유를 찾는 동안 5명이 북송된 것이다.
○ 북송 앞둔 탈북자 300여 명
6일 정통한 중국 공안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15일까지를 탈북자 집중검거 기간으로 정하고 탈북자 체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기간에만도 한국으로 오려던 탈북자 여러 팀을 포함해 수백 명이 체포됐다.
지난달 29일 중국 라오스 국경 인근에서 체포된 탈북자 일행 중에는 생후 13일 된 여자아기도 포함돼 있다. 태어난 지 13일 만에 체포돼 현재 감옥에 갇혀 있으며 아직 이름도 없는 상태다. 31세인 아기 엄마는 한국행 길에 올랐다가 도중에 아기를 낳았지만 불과 열흘 남짓 몸을 추스르고 다시 길을 이어가다 체포된 것이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중국 전역에 수감된 탈북자는 400여 명에 이르며 이 중 300여 명이 한 달 안에 북송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달 동안 북송된 탈북자도 한 달 평균 300명에 이른다고 한다. 본보는 한국으로 오던 탈북자 일행들의 체포 사실과 인적 사항, 구류 장소, 북송 상황 등을 수시로 입수하고 있지만 탈북자들의 안전을 위해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소식통은 “현재 중국에서 탈북자 200여 명이 신문을 마치고 북송 대기 상태이며 100여 명은 신문 중”이라고 전했다.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는 공안과 변방대가 운영하는 구류장에 수감되는데, 이 구류장도 신문을 진행하는 곳과 신문을 받고 북송을 기다리는 탈북자들을 수감하는 곳으로 나뉜다.
중국의 탈북자 북송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2월 말 신의주로 20여 명이 북송된 데 이어 2일 혜산으로 또 여러 명의 탈북자가 북송됐다고 북한 소식통이 전했다. 옌볜조선족자치주 지역을 통해서도 탈북자들이 수차례 북송된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지난달 8일과 12일 체포돼 관련 사실이 동아일보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 31명 중 일부는 이미 북송됐으며 나머지는 중국 당국이 외부에 소식이 새나가지 않도록 특별관리를 하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