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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고위급 訪中… 탈북자 직접 만난다

입력 | 2012-03-08 03:00:00


김수권 단장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중국과 미국, 유엔을 잇달아 방문해 탈북자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다.

김수권 외교통상부 평화외교기획단장은 7일 이틀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탈북자 문제를 협의한다. 김 단장은 중국 외교부의 국장급 관리들을 만나 탈북자 문제의 해법을 논의하고 베이징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장기간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도 만날 예정이다.

탈북자 정책을 총괄하는 관료로서 방중한 사람은 김 단장이 처음이다. 그는 올해 초까지 주유엔 공사로 활동하면서 여성과 아동, 북한인권 문제 등을 다뤘다. 그는 이번 방중에 앞서 5일 실무자를 태국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보내 탈북자 이동경로를 답사하도록 했다.

김 단장은 같은 시기에 북측과 영양지원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베이징에 머물고 있는 로버트 킹 미국 북한인권특사를 만나 인도적 대북 지원과 모니터링 방법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7일 출국한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뉴욕에 먼저 들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탈북자 문제 해결에 나서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김 장관은 9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서도 미국 측의 협조를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재신 외교부 차관보는 5일 한중일 고위급 회의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당국자들과 양자 회담을 가졌다.

한 고위 당국자는 “중국이 탈북자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여러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런 것들이 쌓이다 보면 일부 진전도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사람들도 ‘눈을 반쯤 감고 있다’고 이야기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해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중국과는 판이한 러시아의 탈북자 정책도 들여다보고 있다. 러시아도 과거에는 탈북자를 북송하거나 중국으로 강제 추방했으나 2000년대 중반 이후 탈북자 정책을 바꿨다.

2000년 12월 러시아 정부는 중국에서 넘어온 탈북자 7명을 중국으로 강제 추방해 결국 다음 해 1월 이들이 북송되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에는 여성 한 명과 미성년자 한 명이 포함돼 있었다. 비난 여론이 들끓어 주러시아 한국대사가 경질되기도 했다.

러시아는 이후 한국의 지속적인 외교적 노력과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탈북자 정책을 수정했다. 현재는 탈북자가 일단 러시아 국경 안에 들어오면 모스크바 주재 유엔난민기구(UNHCR)를 통해 한국행을 보장받는 관행이 정착돼 있다. 한러 양국은 이들을 동남아 제3국으로 이동시킨 뒤 한국 외교관이 신병을 넘겨받아 한국으로 데려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러시아도 북한과의 관계, 자국 내 소수민족에 미칠 영향, 불법 입국자의 쇄도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점에서 중국 입장과 다를 것이 없다”며 중국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중국도 최소한 억류된 탈북자의 신상정보와 현재 거처를 한국 정부에 알려주는 관행을 정착시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