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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니컬러스 크리스토프]따돌림 당하려 태어난 건 아니다

입력 | 2012-03-09 03:00:00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고등학교 시절 길거리 쓰레기통에 처박힌 적이 있다. 가해자는 아랫동네에 살던 남자애들이었다. 그녀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도 큰 소리로 끔찍한 모욕을 당했다. 학교에도 가기 싫었다. 전 과목에서 A 학점을 받는 우등생이었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학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왕따’를 당할까봐) 전전긍긍했기 때문이다. 당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는 10대 시절 거듭됐던 동년배의 무자비한 행위를 말하는 것이 꺼림칙한 표정이었다.

레이디 가가는 지난달 29일 하버드대에서 왕따를 당한 청소년들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본 디스 웨이 재단’ 출범식을 가졌다. 이 재단의 목적은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길러주고 학교 주변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학자부터 미국 교육장관인 안 덩컨에 이르기까지 교육전문가들은 왕따 문제가 10대의 높은 자살률과 관련이 있고 학업에 장애가 된다면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버지니아대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왕따가 만연한 학교에서는 피해 학생뿐 아니라 학교 전체 성적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영국 학자는 왕따를 단순히 목격한 학생들도 학교를 결석하거나 술에 의지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가가는 왕따에 따른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친한 친구들은 ‘이제 너의 꿈이 이뤄졌으니 모든 것이 잘되었잖아’라고 한다. 하지만 성장기에 반복해서 들었던 욕설과 모욕들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있다. 지금도 그런 욕설과 모욕들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의심할 정도”라고 했다. 가가의 머릿속을 맴돌던 이런 자발적 의심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수많은 청소년의 열광적인 지지 소리 덕분에 사라졌을 것이다. 그녀는 “오늘이 아마도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10대 왕따 행위의 잔혹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레이디 가가와 하버드대가 힘을 합친 협력의 결과물이다. TV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와 보건장관인 캐슬린 시벨리어스도 참석했다.

가가는 재단 출범이 자신에겐 ‘새로운 연애’와 같다고 했다. 그녀는 처음엔 왕따를 뿌리 뽑기 위해 (행정적 법적 방법인) 위로부터의 해결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따르는 팬을 통해 아래에서 시작하는 ‘풀뿌리 운동’을 하기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나는 가가에게 “친절이라는 단순하고 직접적인 목표 추구에 대해 사람들이 냉소적이지 않겠냐”고 물었다. 평소 똑 부러지게 말하는 그녀가 다소 머뭇거리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런 냉소주의야말로 우리가 바꾸려고 노력해야 하는 바로 그것이다.”

왕따는 단순한 물리적 폭력을 뛰어넘는 문제다. ‘본 디스 웨이 재단’을 이끌 가가의 어머니 신시아 제르마노타 씨는 “학우들이 파티를 열고 가가만 못 오게 만들었던 일이 가장 가슴 아픈 기억”이라고 했다.

가가는 학생들이 서로 도우며 관용을 베푸는 환경을 만들고 문화를 바꾸는 원대한 목표로 재단을 설립했다. 그녀는 “나는 세상을 흔들 목소리를 갖고 있다. 그래서 나는 청소년들을 움직여 세상을 바꿀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가가의 말이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수이자 가장 많은 트위터 팬을 보유한 가가의 발언에 맞설 생각이 없다. 어떠한 논란이 있더라도 한 가지 점에서 그녀는 옳다. 그것은 이제 왕따와 10대의 잔혹성은 무엇보다 최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할 ‘인권 문제’라는 것이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