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놨다” 거짓말 들통 우려무작정 서울 올라와서 범행
내연남 A 씨(52)의 아이를 임신한 김모 씨(50·여)는 8개월째이던 2005년 5월 사산했다. 이별이 두려웠던 김 씨는 아들을 낳았다고 속이고 거짓으로 출생신고까지 했다. A 씨에게는 “아이를 홀로 키우기 어려워 언니 집에 맡겨놨다”고 둘러댔다.
A 씨는 지난해 김 씨와 혼인신고를 한 뒤 “우리 아들도 이제 7세이니 어서 데려와 학교에 입학시키자”고 했다. 당황한 김 씨는 A 씨 몰래 입양도 신청해봤지만 같은 나이의 아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진 김 씨는 경남 양산에서 무작정 상경해 ‘아들 구하기’에 나섰다.
마침 3일 오후 서울 성북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형과 놀고 있던 김모 군(5)이 김 씨의 눈에 들어왔다. 스마트폰 속 강아지 사진을 보여주며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 달라”고 접근한 김 씨는 형이 한눈을 파는 사이 김 군을 데리고 양산으로 내려왔다. 친부모의 전화번호도, 집 주소도 모르던 김 군은 아들 대역으로 제격이었다.
김 씨는 김 군을 7년 전 출생신고한 아들인 것처럼 속여 양산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까지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폐쇄회로(CC)TV에 찍힌 모습을 추적해 김 씨를 붙잡은 서울 종암경찰서는 “김 씨가 우울증이나 정신병력은 없지만 아이를 데려오라는 남편의 요구에 상당한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김 군은 김 씨를 잘 따랐고 마치 여행을 갔다 온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