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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탈북자 31명 전원 북송]北에 넘겨진 그들의 운명은

입력 | 2012-03-09 03:00:00

탈북자, 함경도 정치범 수용소로… 종신 수감 이상 혹독한 처벌 받을듯




김정은 체제로 접어든 북한이 탈북자들을 유례없이 가혹하게 처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북송된 탈북자 31명의 운명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의 사례에 비추어 이들에겐 최소한 정치범수용소 종신 수감 이상의 혹독한 처벌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 가족까지 정치범수용소 수감 가능성

북한의 탈북자 처리는 시기마다 강온을 반복해 왔다. 탈북이 막 본격화되던 1990년대 중반에는 시범적으로 처형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단순 탈북자에겐 6개월 노동단련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한국행 탈북자는 정치범수용소, 여러 번 체포된 일반 탈북자는 교화 3년형을 선고하는 등 처벌 수위가 높아졌다.

김정은이 탈북자 처벌을 공언하며 국가안전보위부를 틀어쥐기 시작한 2010년 후반부터 처음 탈북한 사람도 교화 3년형을 선고받았으며 지난해 여름부터는 탈북자를 현장 사살해도 좋다는 지시가 떨어졌다. 특히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은 탈북자들을 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는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보고 가혹하게 처벌하기 시작했다.

김정일 사망 애도기간에 탈북하면 3대를 멸족시킨다는 위협 속에 실제 애도기간에 탈북했거나 탈북을 시도한 사람들은 별다른 심문 절차도 밟지 않고 함북 수성의 22호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됐다. 탈북 시도와는 무관한 아이 등 가족들까지 모두 정치범으로 간주돼 함께 수용됐다. 22호 수용소는 정치범만 수감해 왔기 때문에 가족단위 수용자들도 있는 다른 수용소에 비할 바 없이 악명이 자자했다.

북한은 몇 년 전 22호 수용소에 가족까지 수감할 수 있는 시설을 추가로 건설해 한국행 탈북자들을 가족과 함께 수감했다.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체포돼 한국 정부가 석방을 촉구했던 한국행 탈북자 19명도 모두 북송돼 22호 수용소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북송된 탈북자들의 경우 북한에 남아 있던 가족들과 이들의 탈북을 돕거나 못 본 체했던 사람들까지 닥치는 대로 체포되고 있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는 이는 수백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 국제사회의 여론이 변수

하지만 북송된 탈북자들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와 몇몇 대북인권단체는 이번에 북송된 탈북자들의 신상이 기록된 명단과 사진 등을 갖고 있다. 이는 북송된 이들이 어떤 처벌을 받을지 북한 정보망 등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든 알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성년자까지 정치범수용소에 수감하는 등 가혹한 탄압을 받는 경우 이는 북한의 반인륜적 행위의 생생한 증거가 돼 이를 계기로 북한의 인권탄압에 대한 비난 여론이 또다시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려면 앞으로 미국과 유럽 등 국제 사회와의 관계개선이 필수적이다. 이 경우 인권문제가 넘어야 할 큰 산인데, 북한은 서방국가들이 이번에 북송된 탈북자들의 이름과 사진을 함께 제시하면서 생사 확인을 요구할 개연성도 예상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현재로는 북한이 31명을 석방해 고향으로 돌려보낼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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