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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소식통 “北, 한국행 탈북자 잡으면 공개처형 대신 조용히 살해”

입력 | 2012-03-10 03:00:00

“감방 가둬 놓고 고문 - 굶주림으로 서서히 죽게”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KBS화면 촬영

한국행을 기도했던 탈북자에게 공개처형이나 정치범수용소 수감 등의 가혹한 형벌을 내리던 북한이 최근 처형 방식을 ‘조용한 살해’로 바꾸고 있다고 북한 소식통이 9일 전했다.

감방에 가둬놓고 고문과 굶주림으로 서서히 죽게 만드는 방식이다. 세계적으로 공개처형과 정치범수용소 문제가 끊임없이 부각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북한이 고안해낸 은밀한 처형 방법이다.

소식통은 “최근 보위부나 보안서 구류장에서 고문을 가하고 급식을 줄이는 방식으로 수감자를 서서히 말려 죽이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어느 구류장에 가도 죽어가는 사람을 방치하는 감방이 한두 개씩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한국행 기도 탈북자를 이런 식으로 처리한다”면서 “조직적 묵인이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최근 한국에 입국한 최모(가명) 씨도 “탈북하다 체포돼 양강도 혜산 보위부에 수감돼 있는 동안 중국서 체포돼 끌려온 어린아이 2명을 포함한 일가족 4명과 안내인이 이런 식으로 6개월 안에 모두 죽었다”고 증언했다. 북한이 이 같은 방식으로 한국행 탈북자 처형 방식을 바꾼 것은 공개처형과 정치범수용소 수감의 문제점을 상쇄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개처형의 경우 우선 처형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위험이 크다. 최근 북한인권단체들이 잠입해 찍어온 북한의 공개총살 비디오테이프는 파문을 일으켰다. 또 주민들을 모아놓고 한국행을 기도했다는 ‘범죄사실’을 공포하는 일을 수시로 반복하면 오히려 탈북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난다. 북한 법에는 한국행 시도를 총살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없기 때문에 무리한 처형이라는 비난도 일 수 있다.

현재 포화상태인 정치범수용소도 무턱대고 확장하기 어렵다. 북한 인권유린의 대명사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어 규모를 키우면 바로 서방의 인공위성에 포착된다. 북한이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한다면 수용소는 이슈가 될 시한폭탄이다. 또 정치범을 수십만 명이나 관리해야 한다는 것도 큰 부담이다.

또한 북한은 공개처형을 당하거나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사람들의 가족 친척들은 모두 적대계층으로 분류하는데 그런 적대계층이 최근 큰 폭으로 늘어나 체제의 근간인 계층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에선 잘나가던 핵심 계층도 친척 중 한 명만 한국행을 시도했다고 하면 6촌까지 수십 명이 각종 불이익을 받는다. 한국에 온 탈북자가 2만3000명을 넘으면서 북한 내부에 적대계층이 너무 많아지고 있어 북한 지도부가 공개처형이나 정치범수용소 수감 대상자 수를 줄일 필요를 느끼는 것이다.

이에 비해 조용한 살해는 여러 단계의 처형 승인 절차가 필요 없어 바로 집행할 수 있다. 죽여야 할 대상이라고 판단하면 고문을 하면서 배식을 줄이면 된다.

사망자의 가족 친지들에겐 조사 중 사망했다고 통보만 하면 외부에 소문도 거의 나지 않는다. 소식통은 “김정은 등장 이후 ‘조용한 살해’가 증가하고 있지만 외부에선 이런 현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