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동지의 대결… 李 ‘판정승’ 韓 ‘되치기’
지난해 10월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불법 정치자금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법원을 나서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은 이해찬 전 국무총리. 동아일보DB
공천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던 임종석 사무총장이 9일 총장직과 총선 후보직(서울 성동을)을 반납했으나, 한 대표는 총장직 사의를 반려했다. 임 총장이 총장직과 총선 후보 사퇴를 선언한 것은 사실상 이 고문의 사퇴 압박에 따른 심적 부담 때문이다. 따라서 한 대표의 결정은 이 고문에게 ‘호락호락 수용하지 않겠다’는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한 대표에게 임 총장의 용퇴를 건의한 ‘혁신과통합’을 이 고문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임 총장의 사퇴 기자회견 직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는 임 총장과 관련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이는 임 총장을 몰아붙인 이 고문에 대한 불편한 속내로 해석됐다. 한 대표는 이후 신경민 대변인을 통해 “임 총장이 진실하다는 믿음에 변함이 없으며 대선까지는 중요한 국면이라서 임 총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무한 신뢰를 나타냈다. 연말 대선 때까지 ‘한명숙 대표-임종석 사무총장’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전날 이 고문과 함께 임 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던 이용선 전 임시 공동대표를 서울 양천을의 단수후보로 정하지 않고 경선을 하도록 한 것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 측 인사는 “더는 휘둘리지 않겠다는 뜻이자 관리형 대표로서의 한계를 떨쳐내겠다는 강한 의지”라며 “인물 경쟁력과는 무관하게 ‘누구는 전략 공천해 줘야 한다’는 태도야말로 공천(公薦)이 아닌 사천(私薦) 아니냐”고 했다. 이 고문 등의 공천 관련 요구를 지적한 것이다.
민주통합당 출범의 산파 역할을 한 이 고문은 원래 한 대표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이 고문은 지난해 초부터 야권통합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당권은 한명숙, 대권은 문재인”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1·15전당대회 동안 ‘한명숙은 이해찬의 아바타’란 우스갯소리가 나돌기도 했다. 한 대표는 내심 이 말에 자존심이 상했고, 취임 후 첫 인선으로 이 고문과의 상의 없이 ‘임종석 사무총장’ 카드를 꺼냈다.
민주통합당 임종석 사무총장이 9일 국회 정론관에서 총장직과 서울 성동을 총선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공천 잡음에 시달리고 있는 한 대표는 조기에 선거대책위원회를 띄워 난국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측근인 우상호 전략홍보본부장은 “곧 총선기획단을 해체하고 본격적인 총선 태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민주통합당 임종석 사무총장의 삼화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을 보도한 2011년 6월 4일 자 본보 기사. 이 보도로 관련사실이 알려지면서 임 총장은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