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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31명 북송여부 확인 바랍니다”… 한국정부, 中에 한달간 외교서한 보냈는데…

입력 | 2012-03-10 03:00:00

中 19번의 묵묵부답… 20번째는 답을 할까
정부 “이젠 물러설 수 없다… 中서 경제보복해도 외교압박”




‘지난달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 31명이 북송됐다는 정보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이 아니라면 이들이 자유의사에 반해 강제 북송되는 일이 없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외교통상부는 9일 중국 내 탈북자들이 끝내 북송됐다는 동아일보의 보도와 관련해 주중 한국대사관을 통해 중국 외교부에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공한(편지 형식의 외교문서)을 보냈다. 지난달 9일 정부가 이들의 체포 사실을 처음 파악한 이후 한 달 동안 벌써 20번째 공한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의 공한을 받은 중국 외교부와 공안청, 선양과 칭다오 당국 등 어느 기관도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은 보란 듯이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 버렸다.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선 “중국이 정말 해도 너무한다”는 말들이 나온다.

정부는 이대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이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닌 만큼 이 짧은 기간에 태도가 달라지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중국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도 “일단 칼을 뽑았는데, 이대로 슬그머니 내려놓으면 상황이 오히려 악화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중국에 강경 모드로 나갈 경우 득보다 실이 크다는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던 일부 당국자도 “이제는 물러설 수 없게 됐다”는 분위기다. 한 고위 당국자는 중국이 탈북자 문제 제기를 계기로 한국에 경제적 보복을 해올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리가 외교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을 때는 이미 그만한 각오는 하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낼 ‘카드’를 고민하며 물밑 협의를 계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내용에 대해서는 “중국과의 외교적 관계 속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함구했다. 26, 27일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하는 후진타오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최소한의 ‘성의’ 표시를 할 것이라는 관측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편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8일 미국 뉴욕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오찬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탈북자 대량 북송과 관련된 얘기는 전해 들었다”며 “그러나 중국 정부가 확인해 준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정부가) 좀 더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