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을 공개합니다/피터 멘젤 외 지음·김승진 옮김/272쪽·1만9800원·월북
쿠바 아바나에 사는 코스타 씨 가족. 촬영이 끝난 뒤 럼주와 살사 음악이 함께 어우러진 파티가 이어졌다. 월북 제공
11명의 대가족이 사는 말리의 진흙집에는 항아리 몇 개와 농사도구가 살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즈베키스탄의 칼나자로프 씨 가족은 서른 장이 넘는 퀼트 이불과 러그를 갖고 있다. 쿠웨이트대 정치학 교수인 압둘라 씨의 식구는 7명. 이들이 가진 수많은 물건은 광장을 가득 채운다. 13.7m 길이의 소파와 값비싼 양탄자, 외제 차 4대….
사진기자들은 침대와 자동차부터 망가진 자전거, 쌀 포대, 갈퀴, 보온병, 기름램프까지 한 가족의 살림살이를 집 앞에 몽땅 꺼내놓았다. 이들은 일주일간 촬영 대상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맞닥뜨린 일상생활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았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차이가 분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소유물과 거주환경을 비롯해 풍요를 누리는 가족과 돈이 없어 아이들이 학교에 못 가고 일을 거들어야 하는 가족까지. 서른 가족이 가진 물건과 일상을 통해 각국의 지리와 문화도 쉽게 풀어낸다. 다만 이 프로젝트가 1994년에 진행돼 약 20년 전 통계와 사진이 ‘옛날이야기’로 다가오는 점은 아쉽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