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 인류학/요네하라 마리 지음·한승동 옮김/312쪽·1만4000원·마음산책
일본 교양서 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요네하라 마리의 저서들. 마음산책 제공
살짝 야한 각국의 속담들을 맛나게 버무려낸 ‘속담 인류학’의 저자 요네하라 마리. 마음산책 제공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는 대로 세상의 속담에 대한 이야기다. 속담 그 까짓것이 얼마나 재미와 감동을 주겠는가. 맞는 말이다. 속담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것들이어서 신선한 맛이 덜한 것이 속성이다. 그런데 저자는 세계 여러 나라의 비슷한 속담을 재미난 말재주를 양념 삼아 잘 버무렸다. 마치 약간 묵은나물이나 김치로 맛있는 비빔밥을 만들 듯.
그 비빔밥의 주요 재료 중 하나가 ‘성인용 담화’다. 모두 29개로 나뉜 토막글의 첫 부분마다 가벼운 에피소드로 시작하는데 여기에 야한 얘기가 자주 등장한다.
저자는 ‘역사도, 지리적·기후적 조건도, 문화도 전혀 다른데 같은 문구가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는 건 바로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며 각국의 비슷한 속담을 훑는다. 유럽의 관용구집에서 ‘시골에서 일인자가 되는 게 도시에서 이인자가 되는 것보다 낫다’를, 터키계 유목민족인 위구르에서는 ‘황소 다리가 되느니 송아지 머리가 되는 게 낫다’를 찾아내 소개한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에서는 그와 비슷한 표현을 러시아와 프랑스 사전에서도 찾아내고, 연원을 좇아 기원전 6세기의 이솝우화까지 찾아간 뒤, 그 연원은 다시 이집트나 중국 인도 등일 수 있다며 지구를 한 바퀴 돈다.
속담을 좇으면서 동서양의 유명한 사건과 인물을 접하는 재미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플루타르크와 사마천은 역사가라기보다는 교훈이 될 만한 소재를 역사 속에서 찾아낸 이야기꾼이라며 비교해 소개하는가 하면 공자와 도연명, 키케로, 호라티우스 등을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시키는 재주에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흠이라면 우화 같은 이야기로 시작해 대부분의 글이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를 욕보이는 것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한창일 때 저자가 일본 잡지에 연재한 것을 모아서 책을 엮었기 때문이다.
읽다 보면 저자의 재치 있는 글의 구조나 표현 때문에 곳곳에서 웃음이 ‘빵’ 터진다. 저자의 다른 책 제목에서 따온 표현을 빌린다면 최소한 ‘인간 수컷’에게는 그렇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