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朴캠프 떠나면 배신자” 2012년 “구질구질하기 싫더라”
“분열의 씨앗 되기 싫다” 새누리당 공천에서 사실상 탈락한 김무성 의원이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의원은 “우파 분열의 씨앗이 될 수 없다”며 탈당이나 무소속 출마 대신 ‘당 잔류’를 선택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12일 탈당 선언을 할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을 깨고 당 잔류를 선언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혼자 무소속으로 출마하려고 결심했는데 (탈당한 의원들로 구성된) 신당에서 요청하면 끌려갈 수도 있는 거 아니냐. 그런 게 싫어 결심했다”고 말했다.
보좌진은 이날 오전까지도 탈당 선언문과 불출마 선언문 두 가지를 모두 준비해놓고 있었지만 김 의원은 불출마 선언문을 집어 들었다.
김 의원은 “처음에는 당에서 나를 죽인다고 생각했는데, 쭉 들어보니 공천 과정에서 여러 의원이 나를 살리려고 많이 노력했더라. 그런 것도 불출마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다만, 자신이 국회의원 배지를 한 번 더 다는 데 목을 매고 있는 것처럼 비치자 스스로 꼬인 매듭을 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게 가까운 인사들의 전언이다.
김 의원은 탈박(脫朴) 인사다. 2005년 1월 박근혜 당 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맡으면서 7년 동안 박 비상대책위원장과 애증의 인연을 이어왔다. 2007년 대통령 선거 경선 시절 김 의원은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 안 된데이”라며 지지 후보를 옮겨 탈 것을 권유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제가 (박 대표 캠프에서) 나가면 배신자 됩니다. 각하 수하가 어디 가서 배신자 소리 들으면 쓰겠습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근혜 캠프의 좌장 역할을 했던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2008년 총선 때 공천에서 탈락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무소속으로 당선돼 복당했지만 김 의원과 박 위원장의 사이는 조금씩 벌어져갔다. 김 의원은 사석에서 격의 없이 비속어를 섞어가며 박 위원장을 비판했고 박 위원장은 불쾌해했다. 두루 역할을 나눠 사람을 쓰는 박 위원장은 카리스마적 2인자 역할을 해 온 김 의원과 부딪혔다. 결국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김 의원이 찬성하면서 두 사람은 갈라섰다.
김 의원의 이날 당 잔류 선택으로 스스로 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는 관측이다. 박 위원장도 김 의원의 결단을 긍정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두 사람 간의 관계가 2008년 총선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4월 총선 이후 친박 내부의 파워 게임 속에서 그가 원외일 경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