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이를 실증하는 사례가 지난달 하순에 있었던 두 차례의 큰 정책 결정이었다. 첫 번째로 지난달 18일 노동당중앙위원회 정치국은 4월 중순에 당대표자회를 소집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의 새로운 지도부가 4월 15일 김일성 탄생 100주년과 4월 25일 인민군 창건 80주년을 성대하게 치르고, 3대 세습의 혁명전통을 최대한 강조하면서 김정은의 당 총서기 취임을 일거에 실현하려는 것이다.
당초 김정은은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하고, 10월 당 창건기념일에 총서기에 취임할 것으로 예상됐다. 예정보다 6개월 가까이 앞당긴 것이다. 이는 매우 교묘한 노림수다. 계속 이어지는 축하행사 속에 당 총서기 취임이 이뤄지면 북한의 그 누구도 정권을 겨냥해 이의를 제기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지적했듯 북-미 합의는 어디까지나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는 첫걸음’에 불과하다. 북-미 합의 후에도 북한은 이명박 정권과의 대화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 달로 예정된 축하행사와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종료돼도 6자회담 재개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북-미 합의 결정은 미국으로부터 매달 2만 t의 식량 지원(영양 지원)을 받기 위한 양보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김정일의 유훈에 따라 북한이 오바마 정권과의 포괄적 교섭을 개시하기 위한 조치, 다시 말해 ‘통미봉남’ 정책으로 인식해야 한다.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김정은이 오바마의 재선에 협력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앞으로의 사태가 북한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고는 볼 수 없다. 북한의 의도가 진지하다고 해도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면 김정은의 이니셔티브는 무의미하게 끝나 버린다. 또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서 이명박 정권이 남북대화의 실현을 어느 정도 강하게 요구할지도 변수다.
그렇다면 미국의 정책에는 전략이 없는 것일까. 대선까지 북-미 교섭의 지속은 북한에 의한 무력도발 가능성을 대폭 낮출 것이다. 선거 수개월 전에 북한의 핵 활동이 정지된다면 이는 오바마 정권의 핵 비확산 이니셔티브의 성공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이란에서의 실패가 부분적으로 만회될지도 모른다. 또 오바마 정권의 태평양 중시 정책이 강화되는 가운데 북한과의 관계 개선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도 있다.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