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스포츠레저부
고대 로마의 위대한 정치가 카이사르가 인간성을 꿰뚫은 이 명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자신의 과오로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바로 그렇다. 최근 협회가 저지른 세 번의 헛발질이 사실상 모두 자신의 판단 착오 탓인데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축구계가 술렁이고 있다.
한국 축구계는 지난해 말 조광래 대표팀 감독 경질을 시작으로 큰 폭풍에 휩싸였다. 조 감독 경질 때 기술위원회도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모 방송사가 먼저 터뜨려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을 어떻게 이렇게 상스럽게 자르느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당시 조 회장이 평소 친분이 있던 그 방송사 고위 인사에게 귀띔해줘 보도됐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압권은 횡령 비리를 저지른 직원을 자르면서 1억5000만 원의 위로금까지 지불한 것이다. 사건이 불거졌을 때 조 회장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지만 인사위원회의 모든 결정 사항은 회장에게 보고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협회 노동조합이 이를 알고 행정 책임자인 전무이사를 경질하라고 권고했다. 전무는 다른 문제로도 직원들과 알력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조 회장은 “노조에 밀리면 안 된다”며 거부했고 결국 노조가 이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해 축구협회는 ‘돈 많은 비리집단’으로 낙인찍히며 상급 기관의 감사까지 받았다. 당시 협회 고위 인사들은 한결같이 “전무를 바꾸자”고 조언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최근 사무총장을 선임하고 그 밑에 사무차장을 두는 것을 놓고도 협회 안팎에서 말이 많다. 그런데 조 회장은 이런 분위기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한 축구인은 “회장이 언젠가부터 귀를 막고 산다”고 했다. 또 다른 축구인은 “무엇에 씐 것 같다”며 조 회장의 독선을 꼬집었다. 과거 속칭 ‘축구 야당’의 비판이 이젠 내부에서도 쏟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조 회장은 내심 내년 1월 열리는 대의원 총회에서 연임을 노린다. 그런데 “한국축구를 다 망쳐 놓고 무슨 연임이냐”고 비아냥거리는 축구인들이 늘고 있다. 한 협회 직원은 “축구인이 회장을 하니까 인재 풀도 좁아지고 파벌만 더 생겼다. 정치인이나 기업인이 할 때보다 더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임기 말 조 회장이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다.
양종구 스포츠레저부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