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식 수석논설위원
하지만 구럼비는 까마귀쪽나무를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까마귀쪽나무는 우리나라 남해안과 제주도 해안에 많이 자생하는 상록수다. 한명숙 대표 등이 흔하디흔한 까마귀쪽나무를 지키자고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말하는 구럼비는 해군기지 공사현장에 있는 해안가 바위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바위들은 까마귀쪽나무 군락에 인접해 있어 ‘구럼비 바위’라고 불린다.
“제주도 해안의 일반적 지형”
2007년 제주 해군기지 건설계획이 확정된 이후 반대 세력들이 먼저 들고 나온 것은 연산호(軟珊瑚) 군락이었다. 천연기념물 442호인 연산호는 산호 가운데 표면이 부드러운 종(種)이다. 제주 해군기지의 방파제로부터 1.7km 떨어진 범섬 근처에도 연산호가 모여 사는 군락이 있다. 해군기지 공사장에서 나온 부유물이 흘러들어 가 연산호를 훼손할 가능성에 대해 문화재청은 서울대 해양연구소에 조사를 의뢰했다. 최종적으로 해류가 연산호 군락으로부터 해군기지 쪽으로 흐르고 있음이 확인됐다. 오염 물질이 나오더라도 연산호 쪽으로는 가기 어렵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다음으로는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 서식하는 붉은발말똥게와 맹꽁이를 문제 삼았다. 결국 붉은발말똥게와 맹꽁이를 모두 포획해 근처 환경이 유사한 곳에 이주시키는 것으로 매듭지어졌다. 이 작업에는 1억5000만 원이 소요됐다. 민속 신앙도 이들의 명단에 올랐다. 공사현장 안에 ‘개구럼비당’이라는 치성을 드리는 장소가 있는데 국가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가기구인 문화재위원회 위원들이 현지로 내려가 조사한 결과 역사성이나 학술적 가치가 적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문화재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정밀조사는 28만 m²에 이르는 용지 전체에 걸쳐 이뤄졌다. 초기 철기시대 등 고고학 유적이 일부 발견됐으나 문화재적 가치에 따라 보존 대상으로 선정된 면적은 2400m²에 불과했다.
정치 도구로 악용되는 문화·환경
반대 세력들은 한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가 효과가 없으면 다른 대상으로 계속 바꿔가며 공사 중단을 시도했다. 이쯤 되면 이들에게 문화와 환경이란 진정 소중하고 지켜야 할 대상이 아니다. 해군기지 건설을 공격하고 막아내기 위한 정치적 도구에 불과하다. 구럼비 바위에서 발파가 시작되자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인 구럼비 해안의 폭파를 중단하라”고 주장했으나 구럼비 해안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누리꾼은 구럼비 바위가 세계자연유산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목표를 위해 과장과 왜곡, 조작까지도 서슴지 않는 한국 좌파 세력의 속성이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반대 운동에 앞장서는 사람들조차 구럼비와 구럼비 바위를 혼동하고 있다. 일반인들은 해군기지의 문화재, 환경 문제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다. 그만큼 일부 세력의 선동이 먹혀들 여지도 크다. 환경이 중요하기는 해도 구럼비 바위의 가치가 해군기지 건설로 얻어지는 국가안보의 이익에 비할 바는 아니다. 다수 국민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냉철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