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K지식인연대 사례 3건 공개“가족상봉 미끼 中입국 유인… 국경서 작년 15명 끌고가”
동아일보가 7일자 A1면에 보도한 ‘북, 탈북 무조건 막아라. 국경서 현장사살’ 기사에 소개된 비극의 현장이다. KBS 화면 캡처
한 대북소식통은 13일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요원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들을 중국으로 유인해 납치하는 사례가 최근 수년간 잇따르고 있다”며 “신원이 확인된 납북자만도 8명 이상이며 신원 미확인 납북 사례를 포함하면 30건 이상 된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북으로 납치된 한국 국적 탈북자 가운데는 처형된 사람도 여러 명 있다”고 전했다.
탈북자 단체인 NK지식인연대도 이날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북-중 국경에서 북한 보위부와 군 소속 정보기관인 보위사령부, 국경경비대의 합동 작전에 걸려 납치된 탈북자 출신 한국인만 15명 정도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피랍 사례 3건을 공개하며 납치된 한국 국적의 탈북자 대부분은 처형되거나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됐다고 전했다.
북한은 한국에 살다 끌려온 탈북자에 대해선 ‘용서할 수 없는 민족 배반자’로 간주하고 가족들까지 정치범수용소로 보내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특히 한국 국적의 탈북자를 잡아오면 일반 탈북자 체포보다 더 큰 포상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를 중국으로 유인하기 위해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과 연계해준다거나 가족이 탈북했다고 거짓 정보를 알려주는 방법이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다. 북한 가족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흘리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탈북자는 속기 쉽다. 가끔 북한과 무역을 하기 위한 밀거래처를 알려준다거나 정보기관에 팔아먹을 수 있는 민감한 정보를 넘겨주는 등의 방법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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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경경비대도 납치에 적극적이다. NK지식인연대는 북한 국경경비대 소식통을 인용해 “올 초 국경경비대 군인들에게 국경에 나타나는 한국인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탈북자 출신 한국 국민이 중국에서 납치돼도 한국 정부가 이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중 비자 기한을 넘겨 해외에 장기 체류하는 사람은 1000명이 넘는다. 특히 중국에는 거처가 파악되지 않는 장기 체류 탈북자가 적지 않다. 탈북자의 납북을 막기 위해서는 북-중 국경지역 접근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이를 강제하기는 쉽지 않다. 통일부 관계자는 “범죄 혐의가 없는 특정 집단의 출입국을 통제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인권침해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며 “탈북자들이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한국 정부가 북한에 납치된 한국 국적의 탈북자들을 구출할 마땅한 묘책이 없는 실정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는 모두 강제로 납치된 북한 주민이라고 주장해왔다. 북한 대남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12일에도 “남조선 통일부 패거리들이 괴뢰정보원 나부랭이들과 손잡고 중국 국경지역에서 우리 공민들을 유인 납치 억류하여 반공화국 모략책동에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