슝~ 셔틀콕이 날았다, 그냥 서서 당했다
본보 유근형 기자(30·오른쪽)가 11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만석배드민턴전용경기장에서 76세 이난수 할머니와 배드민턴 대결을 하고 있다. 이 씨가 네트 위로 셔틀콕을 살짝 넘기자 유 기자가 몸을 날리며 받아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이 씨는 다양한 서비스를 구사하며 21-5로 완승했다. 파마넥스 제공
먼저 대결을 제안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도전 과제 발굴에 어려움을 겪던 터라 무척이나 반가웠다. 더구나 70대 할머니와의 대결이라니…. 배드민턴은 동네 뒷산에서 쳐본 게 전부였지만 왠지 모를 자신감이 넘쳤다.
제12회 파마넥스배 한국어머니배드민턴대회가 한창인 11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만석배드민턴전용경기장에서 대결 상대인 이난수 씨(76)와 처음 대면했다. 대결을 주선한 강영신 한국여성스포츠회 사무총장(62)은 말했다. “젊은 양반, 우리 이 선생님을 잘 부탁해요.”
○ 배드민턴은 선구안이다
당황한 기자의 어깨는 급속하게 굳었다. 롱 서비스에 대항하기 위해 전보다 네트에서 멀리 떨어져 두 번째 서비스를 기다렸다. 그랬더니 이 씨의 서비스는 네트를 살짝 넘겨 기자의 앞쪽으로 떨어졌다. 쇼트 서비스였다.
두 번 연속 서서 당한 뒤 절감했다. 야구에서처럼 배드민턴에서도 선구안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롱 서비스가 직구라면 쇼트 서비스는 날카롭게 떨어지는 변화구와도 같았다. 직구를 노리면 변화구로 타이밍을 빼앗는 베테랑 투수처럼 이 씨는 서비스로 기자를 농락했다. 스코어는 0-7까지 벌어졌다.
여덟 번 만에 서비스를 받아냈지만 이 씨는 작심한 듯 드롭샷(역회전을 줘서 네트 바로 앞에 떨어지는 샷)을 시도했다. 기자는 온몸을 날려 라켓을 휘둘렀지만 셔틀콕은 이미 바닥에 떨어진 뒤였다. 경기 내내 서비스에 고전하다 5-21로 대패하고 말았다. 승리한 뒤 체육관을 가득 메운 아줌마 부대에게 이용대처럼 멋진 윙크 세리머니를 선사하려던 계획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 배드민턴은 어머니의 활력소
“매일 자고 일어나면 무릎부터 확인해요. 그러곤 하늘에 말하지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배드민턴 칠 수 있게 해주셔서’라고….”
이 씨는 매일 4시간 이상 배드민턴을 한다. 그는 “배드민턴을 하다 보니 골다공증과 같은 노인질환이 전혀 없고 체력과 심폐기능도 좋아진다”고 했다.
경기 후 악수를 하러 내민 이 씨의 손은 70대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고왔다. 무엇보다 운동을 통해 행복하게 인생을 즐기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다.
수원=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