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은 아련한 추억을 남긴다. 22일에 개봉하는 영화 ‘건축학개론’은 풋풋한 첫사랑 남녀가 15년이 지나고 다시 만나 향수에 젖어드는 이야기다. 사진은 30대 주인공들을 연기한 엄태웅(오른쪽)과 한가인. 사진제공|명필름
■ 90년대 코드와 첫사랑…영화 ‘건축학개론’
30대가 되어 만난 캠퍼스커플의 감성 로맨스
삐삐·CD플레이어 등이 맺어준 첫사랑의 추억
30∼40대에겐 향수,10∼20대엔 신선한 웃음
추억 한 켠에 새겨진 첫사랑의 알싸한 향기가 1990년대의 향수와 만났다. 22일 개봉하는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제작 명필름)은 봄, 스무살, 첫사랑 그리고 1990년대의 추억이 어우러진 영화다.
지난해 800만 관객을 넘은 영화 ‘써니’가 1980년대 코드로 성공한 데 이어 1990년대를 전면에 내세운 ‘건축학개론’은 ‘시대 코드’가 이제 영화의 흥행 요소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 전람회가 부른 노래 ‘기억의 습작’
대중음악은 그 시절의 향수를 떠오르게 하는 기폭제다. ‘건축학개론’에서는 1994년에 발표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그 역할을 맡았다.
음대생 서연은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이 노래를 자주 듣는다. 승민과 가까워진 계기도 이어폰을 나눠 끼고 ‘기억의 습작’을 들으면서다. 영화를 위해 따로 제작한 OST보다 더 진한 울림을 던지는 ‘기억의 습작’은 주인공들의 마음과 어우러지며 마지막 장면까지 장식한다.
13일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한가인은 “대학 때 만났던 첫사랑의 얼굴은 어렴풋하지만 함께 들었던 노래들은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며 “사람보다 음악으로 첫사랑을 떠올릴 때가 많다”고 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스무살 첫사랑으로 만난 이제훈(왼쪽)과 배수지. 사진제공|명필름
# 삐삐·CD플레이어…느려서 더 아름다운 첫사랑 추억
스마트폰 보유자 4000만 명 시대를 앞둔 오늘의 관객이 ‘삐삐’(페이저)로 사랑을 주고받는 주인공을 보는 재미도 ‘건축학개론’의 멋이다. 전화기를 거쳐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삐삐’는 서로 자주 엇갈린 수 있다는 점에서 ‘첫사랑은 결국 추억’이란 공식을 보여준다.
청바지를 한껏 치켜올려 입은 승민이 허리춤에 ‘삐삐’를 차고 걷는 모습이나 서연이 이를 손에 꼭 쥐고 연락이 닿지 않는 승민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은 30대 관객에게는 향수를, 10∼20대에게는 신선한 웃음을 던진다.
“컴퓨터 용량이 1기가라고? 평생 써도 다 못 쓰겠네”처럼 그 시절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더 크게 웃을 수 있는 대사도 곳곳에 포진했다.
하지만 1990년대를 경험하지 않은 10∼20대 관객에게 자칫 낯설 수도 있는 설정. 영화의 배경이 된 1994년에 태어나 실제로는 고등학생인 배수지는 “삐삐와 CD플레이어는 영화를 찍으며 처음 봤는데 신기했다”며 “나와 같은 마음이라면 다들 신기하고 재미있게 볼 것 같다”고 자신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