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검사 고소’ 밀양사건 현장에 있던 목격자, 본보와 통화“야단 많이 쳐… 檢-警 양쪽서 연락와 정황 설명”‘폭언은 전혀 없었다’던 검사 해명과는 달라
경찰관이 수사 지휘 검사를 모욕 및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당시 검사가 경찰관에게 갑자기 큰 소리를 치며 야단을 쳤다”는 목격자 진술이 나왔다. 이 목격자는 “검사가 경찰을 피의자로 대하는 것 같았다”고도 증언했다.
밀양경찰서 정모 경위(29)가 관할 지청인 창원지검 밀양지청 박모 검사(38)에게 모욕을 당한 곳이라고 주장한 박 검사 사무실에는 당시 두 사람 외에 검찰 직원 3명과 민원인 P 씨가 있었다.
P 씨는 14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검사가 나와 얘기를 나누다 뒤에 있는 정 경위를 향해 갑자기 ‘야 인마’라며 고함을 지르고 야단을 많이 쳤다”며 “정 경위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으러 온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만 P 씨는 “박 검사가 어떤 말을 쓰며 화를 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박 검사와 창원지검이 “정 경위에 대한 폭언은 일체 없었다”고 해명한 것과는 배치되는 증언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후보로 출마한 P 씨는 “경찰과 검찰 양쪽에서 당시 정황을 설명해 달라는 연락이 와 간단히 증언해줬다”며 “양측에서 모두 참고인 조사를 요청했지만 선거 준비 때문에 바빠 거부했다”고 말했다. P 씨는 사건 당시 검사실 안에 있던 사람 중 검경과 연관되지 않은 유일한 인물이다. 사건 당일인 1월 20일 P 씨는 총선에 출마한 상대 후보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상태로 고소인 신분으로 박 검사의 조사를 받고 있었다.
경찰은 P 씨가 참고인 조사에 응하지 않자 P 씨 지인들을 통해 당시 상황을 간접적으로 파악했다. 경찰에 따르면 P 씨는 지인들에게 “검사가 듣기 민망할 정도로 (정 경위에게) 엄청나게 심한 말을 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줄 알았다”며 “검사가 10분 정도 그렇게 심한 말을 해 실망스러웠다. 경찰관이 흉악범인 줄 알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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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P 씨가 박 검사의 언행에 대해 지인들에게 했던 얘기를 그대로 진술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지를 수사의 관건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P 씨는 지역 유지로 알려져 있고 사건 관계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처지인데 검찰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진술을 쉽게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P 씨가 가족 등 신뢰관계에 있는 지인들에게 당시 상황을 털어놔 이들이 없는 사실을 지어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지인들의 전언도 신빙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밀양=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